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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가을, 강진 주작산 별소리 캠핑장에서 느린 시간과 동무하기.

by onHappy 2020.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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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도지는 집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욕구. 

주변에 돌아다닐 곳이 많은 별소리 캠핑장

사실 사계절 중 40도에 육박하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빼고는 매주 주말 역마살은 내 몸을 밖으로 끌어내려 노력한다.

직장에서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이유로 잠시 틈을 내 캠핑장 예약을 하는 게 쉽지 않다. 

 

기어코 산책로를 찾아내 한바퀴 돌아본다. 잘 생긴 주작산이 쳐다본다. 

지난 금요일도 같은 상황이 닥쳤다.

9월인지 10월인지 가물가물한 정신을 주워담는 와중에 가을 하늘이 노래하는 금요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화장실에 다녀와 10분의 시간을 내서 예약 가능한 캠핑장을 찾아냈다.

바람 예보가 강했기 때문에 산이 좋았는데 마침 평소 명산이라고 생각하던 주작산에 자리잡은 캠핑장이었다. 

 

카라반을 끌고 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지만 대략 사이트의 사진을 보니 가능할 듯 보였다.

토요일, 와이프는 집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도록 아이들만 데리고 강진으로 달렸다. 

 

번쩍번쩍 헌차가 새차가 되었다.

차는 새차가 되어있었다. 지난 추석, 연휴를 하루 이틀 남긴 날 성묘를 가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여차저차 좁은 산길에서 조난을 당했다. 레카차는 올라오길 시도하다 돌아갔고 마을에서 공수한 트렉터가 뒤로 후진시켜주는 과정에서 차에 흠집이 많이 나버렸다. 그래서 올도색을 하게 된 코란도C가 오늘 캠핑장으로 집을 끌고 가게 되었다. 

 

진입로는 아주 넓지도, 좁지도 않은 길이었다. 

네비가 가르쳐 준 길로 갔던 게 실수였지만 마을은 관통하는 길도 카라반을 견인하기에 큰 무리는 아니었다. 

네비가 알려준 길에서 10미터만 더 직진했으면 주작산자연휴양림 입구입을 알려주는 구조물이 있었다. 이 길을 통하면 마을을 거치지 않아도 되었다. 

 

집을 지었다. 아니, 집을 붙였다. 

집을 안착시켰다. 바람이 많이 불어 카라반 연결형 텐트를 설치하고 밥을 짓기 시작했다. 

엄마가 없이 온 네 남자의 캠핑, 큰아들의 역할이 컸다. 음식 준비도, 텐트 설치도 큰아들의 힘을 빌려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먼 옛날옛적 이녀석이 말을 시작 했을 때 단 둘이 캠핑을 떠난 적이 있다. 낮엔 좋다고 잘 놀던 꼬맹이는 어둠이 내리자 엄마를 찾기 시작했다. 밤새 울었다. 해가 뜨기 무섭게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큰아들은 아침이 되어서야 엄마 품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랬던 녀석이 동생을 둘이나 둔 책임감과 덜렁거리는 아빠에 대한 못미더움까지 어깨에 짊어지고 이번 캠핑을 준비했다. 작은 녀석들도 엄마를 찾지 않고 다음날을 맞이했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막내가 울음을 터뜨렸다. 이유는 모르겠다. 형이 뭘 뺐었겠지. 아니면 형껄 빼앗고 싶었던가.

아이를 키우는 건 학교에서 가르쳤어야 했다.

아무런 정보도 경험도 없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키우는 데 서툴다.

우리 부부 역시 마찬가지. 셋이나 키우지만 매일 큰 소리가 오가고 울음소리가 낭자하다. 

 

별소리 캠핑장은 산의 경사면을 따라 잘 조성된 느낌이었다.

아주 깔끔한 맛은 떨어지지만 그게 자연이고 자연과 친한 사람들의 천성이라 생각하면 그정돈 티가 아니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훌륭한 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캠핑장을 갖는 게 요즘 나의 꿈이다. 

일년도 안 된 따뜬한 꿈.

신상이기에 아직 생각만 해도 두근거린다.

애초 강진에 소개받은 땅을 보러 다녔지만 다른 고장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주작산을 앞에 두고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별소리를 경험하니 내가 봐왔던 땅들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 잘 놀아줘서 고마웠던 시간.

밤하늘에 별을 보기 위해 아이들의 손을 잡고 일부러 어두운 곳으로 진입한다.

랜턴을 끄자 별들이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보인다.

하늘 가득 촘촘하게 박혀 빛나는 별들...을 기대했지만 뭔가 밝았다.

달빛이 밝았고 캠핑장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여전히 별 관측을 방해했다.

어쩔 수 없다.

빛은 우리가 선택했고 한 번 선택한 이상 편의에 의해 마음껏 사라지게 만들 순 없었다.

감수해야 할 불편함이 더 컸고 그 대신 별이 잘 안보이는 쪽이 나았다. 

 

밥을 조금 늦게 차렸다. 배고프니 더 잘 먹었다. 계속 늦게 줬더니 실랑이가 줄고 설거지가 편했다.

음식은 단촐했다. 삼겹살 여섯덩어리, 쌀, 라면 등이 그것이었고 그나마 큰아들이 메모하고 챙기는 덕에 끼니를 굶진 않았다. 집에 다 와서야 발견한 카누가 있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야영의 시간 내내 커피가 고팠던 것 빼곤 단순하지만 맛있게 먹은 식사들이었다. 

 

철수는 느릿하게 진행됐다.

일요일에 들어오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기에 12시가 넘어서도 천천히 철수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캠핑장의 부산함을 거들었다.

주인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작은 시간의 여유는 캠핑의 만족도를 한껏 높여준다.

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시간에 쫒겨 일을 하는 모양새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예고편처럼 보여 한 구석이 서운하다. 

 

돌아오는 길에 석문공원을 들렀다.

과거 많이도 다녔던 야영지.

물고기도 잡고 숲에서 아이들은 많이도 뛰었다.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고기를 구웠다.

지금은 차량 진입 자체가 금지다. 

그곳이 수영장이 됐고 물은 맑아졌다.

저 산 위로 구름다리가 설치되었다.

차로 그 아래를 몇번 지났지만 오늘은 구름다리를 건널 작정이다. 

석문공원. 많은 것이 바뀌었다. 지나가다 괴기나 한 번 구워먹으면 좋겠다.

 

다리는 높았고 바람이 불어 더 스릴넘쳤다. 

저 아래 자전거를 타는 사람의 풍경이 웅장한 산새와 겹쳐져 아름다운 그림처럼 시간을 장식했다. 

가을이었다. 보고싶었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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