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경매물건 눈으로 확인했더니 이런 된장!!! #너무 좋은 임야 #임야 경사도 #여름 임장

by onHappy 2021. 7. 26.
반응형

퇴근시간만 기다렸다. 

시동을 켜고 달려본다. 과속은 금물. 규정속도를 지키며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함평군 나산면이다. 

예전에 캠핑하러 자주 다니던 앵두공원이 있는 나산면. 

이곳에 임야가 경매로 나왔다. 

 

전날 이 물건을 공부하느라 늦게까지 잠을 못잤다. 작은 계곡이 흐르고 현황 맹지지만 지적도상 길도 있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경사도뿐. 눈으로 꼭 보고 싶었다. 

 

나무 나이, 지름, 토양 깊이 등이 아주 마음에 든다. 

요즘은 세상이 좋아서 컴퓨터 모니터로 원하는 토지의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경매에 어떤 물건이 올라오는지, 어떻게 생긴 건지 로드뷰를 통해 쉽게 접하고 

카카오맵으로 하늘에서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그렇다보니 경매 경험이 전무한 나도 어느정도 쓸만한 땅과 그렇지 못한 땅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 

경매사이트 물건확인->카카오맵->임업정보 다드림->토지이음->브이월드

이제 찾은 물건은 이 과정만 세 번 정도 반복했던 것 같다. 

첫째는 나무 수령이 30년 이상이라서. 둘째는 율폐도가 70이 넘어서다. 

 

  집 근처에는 이런 산이 없다. 대부분 10년 미만의 소나무들이 산을 푸르게 덮고 있다. 있다해도 너무 비싸다. 

도시의 불빛과 소음이 아득하게 멀어질 때 임야의 가격은 내가 안심할 정도가 된다. 

 

여름에 임야를 임장하러 간 게 잘못일까? 허리만큼 풀이 찼다.

차가 다녔던 길은 확실한데

지금은 확실히 차가 못 간다. 

잠시 고민하다 풀을 헤쳐나간다. 

여기까지 온 게 아깝다. 실물을 눈으로 보고야 만다. 

 

길이 거의 끝났을 무렵 해당 토지의 끄트머리에 다다랐다. 

수많은 거미줄을 끊어내고 풀씨를 주렁주렁 몸에 달았다. 

 

산은 웅장했다. 키가 큰 나무들이 오랜 세월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서로 바라보는 산이 협곡을 만드는 곳. 그 골짜기로 계곡물을 토해내는 곳. 

도시의 소음과 불빛이 감히 기웃거리지 못할만큼 하늘이 맑은 곳이다. 

상상대로다. 

 

그런데 이 산은 반전매력이 있다. 그 오랜 세월 인간의 억척스러운 욕심을 이겨낸 이유이기도 하겠다. 

그 자태가 곧다. 누운 게 아니라 일어설 참이다. 

가끔 손을 동원해야 오를 수 있게 도도하게 섰다. 경사도가 다드림 사이트에서 본 것처럼 심한 땅이었다. 

조림도 잘 되어있고 두껍고 큰 나무들이 빼곡했다. 

여름철 이런 나무 밑에서 살랑이는 바람 한 점 맞으면 기분이 정말 좋겠다. 

그런데 사람이 해 먹을 게 없는 산이다. 

인간 욕심에 깎아내지 않고선 답이 안 나온다. 

깍아내는 건 더 답이 안 나온다. 

 

경사가 심한 임야는 깎아 길을 내면 낼 수록 뒷처리가 어렵다. 

절개면이 크게 생기고야 만다. 비가 내리면 무너져버린다. 

 

멀쩡한 산을 훼손하는 것도 내 취지랑은 안 맞다. 

나무를 두고 차가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게 더 재미있지 않겠는가?

이 산에 차를 상상하니 울창한 숲의 절반은 사라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냥 너는 너대로 살아라. 난 널 만나 반가웠다. 

집에 오니 운동화가 난리다. 산에서 풀씨를 잔뜩 달고 왔다. 

니들, 여기서 살아볼 참이냐? 

 

 

 

 

반응형

댓글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