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하루에 서너 개씩 뉴스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현장에서 촬영을 하며 기사에 맞춰 영상을 편집해 뉴스를 완성한다. 지역사의 열악한 인적 구성 덕분에 일 년이면 수백 건의 뉴스가 필자의 손을 거쳐 방송된다. 그동안 퇴근길 술집이나 식당에서 내가 만든 뉴스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을 보면 자랑스러웠다. 그들이 방금 본 뉴스에 대해 이야기라도 나누면 자부심이 생겼다. 전국뉴스를 내보낼 때면 전화라도 돌려 꼭 보라는 말을 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필자는 현재 뉴스를 잘 챙겨보지 않는다. 오히려 외면한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뉴스 시청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술집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입에도 대지 못하는 사람을 알고 있다. 딱 한 번 손님의 강권에 못 이겨 술을 마셨는데 쓰러져 며칠을 병원에서 지냈다 했다. 술집을 운영하면서 술을 못 마시는 그 사람이 이상해보이다가 문득 우리가 더 이상한 사람들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를 쓰고 촬영을 하지만 뉴스를 보지 않는 기자나 카메라기자는 어색한 풍경이지만 실존한다. 언제쯤 다시 뉴스를 즐겨 보게 될지 알 순 없지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훌륭한 뉴스를 만드는 건 뛰어난 기자가 아닌 시민의 관심이다.뉴스가 아닌 뉴스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와 같다. 적어도 뉴스를 만드는 사람은 그걸 알아본다. 동료들도 뉴스에서 눈을 돌린 지 오래됨을 씁쓸히 밝힌다. 뉴스시간이면 산책을 나가거나 책을 본다했다. 뉴스를 보며 찡그리기보다 그게 낫다고 했다. 쓰레기가 아닌 뉴스를 고르는 일은 어느새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일이 됐다. 어느 매체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이런 무가치한 뉴스들은 대중을 선동하거나 유혹해 광고를 소비하게 만들 뿐이다. 과연 뉴스라는 이름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사용해도 되는지 궁금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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