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건의 조회수와 30개국 가요차트 1위. 놀라운 기록을 세운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사람들의 욕구를 반영하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통해 성공을 이루었다. 2012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팟캐스트 방송 “나꼼수”도 저널리즘과 토크쇼를 결합한 콘텐츠를 들고 나와 청취자가 직접 주변으로 전파하게 만들었다. 다른 콘텐츠와 비교를 거부하며 정상에 다다른 콘텐츠가 스스로를 어떻게 전파하는지 우리는 똑똑히 목격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뉴미디어(New Media)’라고 불리는 유튜브와 팟캐스트가 미디어 소비자를 생산자로 끌어안으며 저변을 확대하고 미디어 소비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콘텐츠 유통을 담당했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의 역할도 빼놓아선 안 될 것이다. 특히 트위터는 리트윗(RT)기능으로 정보 확산을 제약하던 시간과 공간의 벽을 걷어내 버렸다. 이제는 누구나 세계를 대상으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기존 미디어 기업만이 할 수 있었던 정보 전달이라는 독점적 영역을 ‘웹2.0’이 개방하며 미디어는 소수 언론사의 소유에서 대중의 공공재로 변모했다. 정보를 독점하고 일방적 전달로 우위의 위치를 점하던 신문과 방송은 갑작스런 시스템의 변화로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신문의 경우 종말이 얼마 안 남았다는 예측과 함께 독자 이탈이 멈추지 않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TV도 시청률 감소로 답답한 심정이긴 마찬가지다. 사실전달이 기본인 뉴스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온라인 뉴스매체는 기존 미디어의 새로운 적으로 등장해 대중의 시선을 흡수했다. 모두가 인터넷이 지각 변동을 일으켜 바꿔놓은 미디어의 새로운 형국이다.
인터넷은 미디어의 형태를 바꾸어놓기도 한다. 디지털 음원이 CD음반을 역사 속으로 밀어내고 영화와 TV 프로그램은 온라인으로 판매되어 스마트TV나 스마트폰으로 수용자에게 전달된다. 미디어 기업들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한편으론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중요한 건 플랫폼이 변하고 콘텐츠의 포맷이 바뀌어도 미디어의 생명력은 인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정보는 소비가 이루어질 때 가치가 있다. 뉴스 미디어의 저널리즘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저널리즘이 가치관에 의해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인간의 사고는 복잡 다양해 정보를 가만 두질 않는다. 누군가는 정보를 왜곡하고 누군가는 증폭한다. 누군 정보의 형태를 바꾸고 포장하며 누군가는 차단한다. 이런 이유로 정보는 원래의 모습과 다르게 수용자에게 도달한다. 어떤 정보는 좋은 저널리즘에 의해 재탄생하지만 어떤 정보는 그렇지 못하다. 정보와 지식을 밥 먹듯 소비하면서도 우리 대중은 이를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매체가 쏟아내는 메시지를 별 여과 없이 수용하는 데 익숙해져있기 때문이다. 소비를 강조하는 메시지와 비판이 무뎌진 뉴스가 태어나고 전달되는 이유를 파악하는 게 첫 걸음이다. 정보의 홍수에서 진실을 구별하는 안목은 세상을 바로 보는 창이 된다.
생산자가 기업이든 개인이든 정보는 전달이 돼야 살아 숨 쉬며 가치를 갖게 된다. 이를 콘텍스트(context)라 부르는데 정보에 손과 발을 달아 더 많은 수용자에게 미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현대 미디어에서 콘텍스트의 중요성이 커지는 건 정보소비의 관점에서 정보의 가치보다 연결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콘텐츠라 할지라도 전달되지 않는다면 땅 속에 묻힌 보물처럼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정보는 매체가 만든 콘텍스트를 타고 수용자를 찾아간다. 그런데 미디어를 설명하는 학문은 난해한 콘텍스트로 독자의 접근을 차단한다. “뉴스가 가장 많은 대중에게 도달할 때는 초등학교 5학이 이해할 수 있는 논리와 단어로 구성될 때다.” 대학시절 교수님이 한 말이다. 이 책에서 미디어를 에워싼 어렵고 딱딱한 개념을 최대한 해체시켜 쉬운 표현으로 바꾸려 노력했다. 책 또한 미디어이며 정보가 살아 전달되려면 콘텍스트가 잘 작동해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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