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이었나? 늦가을 고사포에서 캠핑을 즐긴 적이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캠핑을 즐겼지만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베스트 원으로 남아있다.
해송숲과 바다가 주는 자연의 숨결이 기억 깊은 곳까지 박힌 탓이다.
다시 달려본다. 그리웠던 고사포로.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유료가 돼서 지출이 필요했을 뿐...
소나무는 사람의 손으로 도저히 다을 수 없는 곳에 가지를 늘어놓고 있었고 바다는 여전히 철썩철썩 육지를 나무라고 있었다.
카라반의 편리함에 길들여졌지만 여전히 텐트의 낭만과 멋이 그립다.
집에서 미싱으로 박은 타프심지가 카라반과 타프를 짝지어준다. 간편하고 좋네~
파도가 그려둔 캠버스 위에 아들이 섰다.
네가 아장아장 걸어다녔을 때 이곳에서 아빠와 엄마 손을 잡고 거닐었단다. 기억나니?
생각해보니 예전엔 검은 개도 한 마리 하릴없이 돌아다녔었다.
그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역시 아이들은 물에서 놀아야 어울린다.
뭘 가리켰던가? 사람이 있었나? 배가 떠다녔던가?
허구헌날 속살이 파헤쳐지는 해변은 수많은 호미들이 구멍을 만든다. 그 속에 숨어든 조개때문이다.
모래는 조개를 숨겨주고 대신 수많은 생채기를 떠안는다. 언젠가 파도가 쓰다듬어줄 것을 기다리며.
서울에서 내려온 후배.
요즘 젊은이들이 안고있는 문제를 모두 다 겪는 젊은이.
고민이 많을 땐 아무 것도 하지 말아보자.
더 격하게 아무것도 하지 말아보자.
그래도 먹을 건 해야지. 떡볶이가 사각 전골판 위에서 넘칠듯 위태롭게 익어간다.
어이쿠 비온다. 바로 옆으로 강이 생기고 짧은 팩은 자꾸 고개를 내밀어 애먹인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했는데 자연재해 앞에선 노동이 불가피하다.
비가 안 그치면 어쩌나했는데 다행히 비가 그치고 어둠이 내렸다.
고사포 바다엔 생각보다 많은 불빛들이 벌써 바다위에 떠있었다.
우리도 합류.
여태 무안 목포권에서 낙지 잡으러 다녔던 기억이 서러웠다. 이곳은 발을 붙들고 좀처럼 놔주질 않는 뻘도, 시야를 방해하는 탁한 바닷물도 없었다. 천국이네.
골뱅이 잡고 술한잔과 이야기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니 골뱅이들이 죄다 혀를 길게 빼고 누워있었다.
죽었나? 에이 아깝게 다 죽어버렸네. 어제 먹을걸...
그런데 살아있다. ㅎㅎ 먹자. 살았네.
오랜만에 바다로 나온 아들은 조금 자랐다고 옷을 적시지 않기로 바다와 타협한다.
고맙다 수고 덜어줘서.
작은 꽃게 한마리도 잡혀와서 북어국에 퐁당 빠졌다.
네 운세도 기구하구나 그래도 북어라는 녀석도 바다에서 나온 녀석이니 외롭진 않을게다.
..
고사포야영장은 유료가 됐으나 해루질이라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다녀온지 2주가 지났지만 그 밤의 해루질은 지금도 갈등하게 만든다.
시동걸고 떠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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