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 주, 그러니까 7월의 마지막 주말부터 휴가다.
그러나 아무 계힉이 없다.
제주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멘붕에 빠졌다고 할까? 거기에 너무 덥다.
어디로 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어딘가는 가야 할텐데... 날은 덥고 극 성수기라 자리 걱정이 앞선다.
띠링띠링///
동네 형님께 전활 걸어본다.
지리산에 계실줄 알았는데 순천이라고 하신다.
"왜 거기 계세요?"
지리산 구수골 계곡에서 사람에 치이고 차에 치이고 바가지 상술에 쫒겨 집에 오던 중 기막힌 곳을 발견하셨다는 사연.
바로 갑니다.
이렇게 시작됐다.
5박 6일의 무계획 여름휴가 출발.
그동안 못 끌어주던 카라반을 연결하고 출발해본다.
두어시간 걸렸나? 도착했다.
인파가 점령한 계곡을 지나고 한참을 산으로 올라가 네비가 더위를 먹었거나 주소가 잘못됐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도착한 곳은 거의 산 정상에 가까운 고지대였다.
카라반은 주차할 곳이 없어 건너편에 전용 주차장(?)에 모셔두고 계곡으로 들어간다.
우아~ 수영장이다.
우아~ 계곡도 있네.
수영장 바로 옆은 2층 평상.
낮엔 이렇게 사람이 있다가 저녁무렵이면 다 빠져나간단다.
아직 캠핑장으로 다듬어지지 않은 곳일 뿐더러 개장한지 얼마 안 돼 입소문이 덜 난 탓이다.
주인 마음이야 쓰리겠지만 극성수기에 한적하게 지낼 좋은 계곡이 있다는 건 우리에겐 축복과 같은 일이다.
우리팀 사이트다. 총 세가족.
원래 두 가족이 한 자리만 쓰면서 밤이면 드넓은 수영장 평상자리를 독점하고 계셨단다.
우리집까지 갔는데 한 자리만 쓰기엔 죄송스러워 총 두 자리를 예약.
그러나 밤이면 모든 자리가 우릴 위해 열렸다.
올레~!
삽제팔동의 평상 자리는 무성한 잎사귀를 자랑하는 나무 그늘 밑에 자리잡고 있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도 '에효 덥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지냈다.
비가 한참 안 와 계곡이 말랐다고 하지만 아이들 놀기에 적절한 수량을 보유한 계곡은 비온 후라면 청량함으로 마음을 깨끗이 씻어주리라 기대된다.
삽제팔동의 자랑 수영장
수심이며 수온이 아이들 놀기에 딱이다.
계곡물이 햇볕에 적당히 데워져 계곡물이지만 춥지않아 종일 아이들이 수영장에서 몸을 놀린다.
오후가 되자 우릴 제외한 모든 행락객들이 철수하셨다.
사장님께 눈치가 보이긴 했지만 워낙 인상좋은 분인데다 많은 대화로 교감을 이뤘기 때문에 2층 넓은 평상을 우리들 가족이 통째로 써버렸다.
이 계절에 자리 눈치 없이 이렇게 지내는 게 가능하구나 생각되는 동시에 금방 알려질텐데 내년부턴 이런 호사는 물건너 가겠구나 싶은 아쉬움도 머리에 남았다.
불지르자.
더운 여름, 도심이라면 낮 기온은 35도를 넘나들고 밤에도 방 온도가 30도를 육박할텐데 여긴 22도다.
그냥 자면 감기걸리겠다.
기온이 주욱 내려가자 초저녁 잠시 비쳤던 모기도 온데간데 없다.
녀석들 추운 곳에서 고생한다.
아침이 되어 계곡을 돌아본다.
내년엔 어디에서 자릴 잡아볼까?
이 계곡 웅덩이도 마음에 든다. 우리 아이들 노는 모습이 그려진다.
잘있어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뛰놀게 해주고 어른들의 담소가 이어지던 너른 평상.
우리의 보금자리는 삽제팔동 입구의 맞은편 전용 주차장(?)이었다.
뒤쪽으로 깊은 골짜기와 우뚝 솟을 봉우리들이 최고의 전망을 선사했던 자리.
잠자리에 들었다 야생동물 소리에 잠시 깼다.
노루인가? 야생 들개인가?
안지기는 그 소리가 무서워 잠을 잘 못잤다고 한다.
삽제팔동의 밤은 오래 기억에 머물 것이다.
쏟아질듯 반짝이던 별빛들이 발하는 빛 하나하나가 아름답다는 말로 표현 못할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아래엔 못 올린 계곡 사진을 올린다.
혹시나 가실 분들은 참조하시길 바란다.
삽제팔동 수영장. 2층 평상에서 본 모습으로 아침이 되니 수영장 바닥이 투명하게 보인다.
시원해져라 맥주야.
이게 대벌레였던가? 자벌레였던가?
아이들이 신기해하던 곤충.
이밖에 밤이면 사슴벌레, 방수 풍뎅이들이 밝혀논 빛을 보고 달려든다.
순천 삽제팔동 자연 휴양림 연락처와 주소.
수돗가를 장식한 수국.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꽤 많은 품종의 수국을 만나게 된다.
붕붕이 탄 승채. 발목 이상의 물은 무서워 하는 둘째아들.
발목만 넘지 않으면 세수도 한다.
여긴 원두막 자리인가?
여긴 사방댐같아 보인다.
계곡 물이 적어 부유물도 보인다.
비가 오면 여기도 줄줄줄 맑은 물로 넘쳐 흐르겠지.
계곡 정상 원두막.
뒤틀린 나무가 눈에띈다.
경치 좋쿠나~
높은 곳에서 먼 곳을 바라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무슨 원리일까? 원시시대부터 적을 미리 발견하고 먹잇감을 살필 수 있는 유리한 위치를 선호했던 유전가의 힘이 아닐까 싶다.
하늘도 시원한 물에 얼굴을 적신다.
까꿍!
아빠 엄마 밥 물.
이정도 언어를 구사하는 녀석.
반짝이는 별빛에 매료돼 하늘로 계속 손가락질을 해대며 연신 뭐라 말을 했으나 해석 불가였다.
아마 "우아 이거 짱인걸!!"이 아니었을까?
삽제팔동을 만나 계획없는 여름휴가의 첫날이 성공적으로 매듭지어졌다.
둘재날을 어디로 가볼까 지도를 펼쳐본다.
음... 아무래도 바다를 따라 가는 게 낫겠지?
그럼 통영으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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