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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완주 에코 오토 캠핑장에서 보낸 겨울

by onHappy 2014.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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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 

생소한 곳이다.

그저 전주에 볼일이 있어 전주 근교 캠핑장을 검색하다 걸렸을 뿐이다.



여러 번 이 녀석을 치다 보니 가장 쉬운 설치법을 터득한다. 

미리 뼈를 다 맞추고 피부를 들어 올리는 것. 

비슷비슷한 텐트들이지만 내 손에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노가다가 될 수도, 즐거움이 될 수도 있다. 



많이 컸다. 울 아들. 

"아빠 나 심심한데 뭐해?"

"아빠 텐트 쳐야 해. 혼자 놀아. 아니다. 아빠 도와줄래?"


예상 밖으로 무척 좋아한다. 

폴대 연결부터 부탁해본다. 



다 치지 않은 텐트 위에 돌을 올리겠다고 우기는 아들과 한바탕 소동은 있었으나 어쨌든 힘이 덜 든다. 

"고리 폴대에 끼워줄 수 있어?"

"그럼!"



경치가 좋다. 거대한 산이 곧 쓰러질 듯 버티고 서있다. 

저 봉우리만 넘으면 봄이 잡힐듯하다. 



산책다녀오자. 

"아빠 똥마려"

"여기서 싸고 있어 휴지 갖다 줄게"

장난끼가 발동한다. 휴지 안 갖다 주면 어찌하려나?

아니다. 

뒷처리 감당이 무서워 얼른 휴지 가져다준다.



하늘을 찌르는 가지들은 산 넘어온 봄바람 부추김에 곧 잎도 내놓고 꽃도 내놓겠지?

그런데 무슨 나무일까?

벚나무면 좋겠다. 


텐트 위에 드리워진 벚꽃은 생각만 해도 맑다.

 


그늘에서 겨우 숨 몰아쉬는 살얼음이 지금이 겨울임을 알린다.

"아빠 고기 어딨어?"

"저기 많이 있네"

"어디? 안 보여."


아직 고기 보는 눈은 아빠가 낫다. 

아빠가 낚시꾼이라서 그런가?



성큼성큼 잘도 돌아다닌다. 

"옷 없다. 빠지면 큰일 나"

"알어, 조심할 거야"

그래 알아서 할 걸 아직도 간섭이 심하다. 



여기가 유일한 통로다. 

아니, 차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이런 인공 구조물이 없으면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다. 멀쩡한 두 다리도 있는데... 



"아들아 쌀 씻을래?"

"어. 내가 할래"



"물도 내가 뜰 거야."



"요리도 내가 할 거야."

"나야 고맙지"

칼 조심하란 소린 안 했다. 

알아서 하겠지. 

아픈 건 자기도 알 테니...



아예 자릴 잡고 앉아 요리를 시작한다.

"불은 아빠가 켜줄게 불 조절은 네가 해. 이왕 시작한 거 스팸도 볶고, 계란 후라이도 하고, 북엇국도 끓여봐."

...

...

기대 반 우려 반. 

...

...

다 한다. 

...

벌써...?

...

...

대견하기도, 아쉽기도 한 이 맘은 뭐지?



공차고 놀자. 

골대는 아들이 정한다. 

아들 골대는 좁고 내 건 넓다. 

게다가 수시로 골대가 바뀐다. 



"내가 이겼다."

반칙쟁이.




"이야~ 고놈 참 재미있게 생겼네?"

"아빠야."



구석구석 산책을 다닌다. 

여름이면 엉덩이들을 받칠 평상들이 찬바람이나 쐬며 쉰다. 

얼마나 많은 술잔과 이야기를 보고 들었을까?

평상의 팔자란 어떨까 공상을 펼쳐본다. 

뭐 고단하겠지...



캠핑장 주변이 펜션단지다. 

이런 집 짓고 싶다. 

"아빤 이런 집 짓고 싶어"

"나도 이런 집이 좋아 그런데 왜 안 지어?"

뭐가 무서워서 아직도 집 짓는 꿈을 이루지 못했을까?

무서운 게 없는 데 수많은 겁먹는다. 

직장 옮기면 어쩌지?

이사 할 땐 어떻게 하지?

팔 땐 어떻게 하지?

부실시공이면 어쩌지?

난방비 많이 들면 어쩌지?


시간이 흐를수록 많은 짐을 쌓아놓는다. 

무겁다.



텐트에 구멍 내는 일처럼 확 마음먹으면 될 일인데 핑계만 잔뜩 쌓는다. 

겁쟁이구나.



좋은 밤이다. 왁자한 이웃들과의 시간도, 거나하게 취해 웃기를 끊지 않는 밤도 아니지만 조용히 내려앉은 밤이 맘에 든다. 



가족의 숨소리만큼 소중한 건 없다. 



에너지 드링크를 박스째 마셨는지 자는 시간 빼곤 쉬질 않는다. 

덕분에 나도 늙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둘째까진 놀아줘야지.'


새잡아볼까?

새 덫을 논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만든 덫은 성공한 적이 없다. 

역시 새들은 생각보다 영리하다 

안 잡힌다. 

덫 근처로도 안 간다. 

울 아들 자기가 직접 잡겠다며 도전한다. 



)






'뭘 보는 걸까? 세상에서 가장 힘 센 사람? 세상에서 가장 약한 사람?'



"엄마 더 자게 산책가자."

내가 캠핑에서 아이와 할 수 있는 일은 놀기 아니면 산책이다.

그래도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자연은 산책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준다. 


오랜만이다. 아들하고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손잡고 이야기하며 보낸 건. 



이웃분에게 사진을 부탁한다. 


"웃어. 그래야 이쁘게 찍힌다."

"알어"


이렇게 잔소리하며 겨울을 보낸다. 


다음 사진엔 봄이 그득하겠지. 




"아빠 이제 집에 가?"


"집에 가고 싶어?"


"아니, 캠핑 더 해."


"우리 동물원 갈건데?"


--전주 동물원이 이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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