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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눈덮힌 영남 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을 오르다.

by onHappy 2014.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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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알프스의 정상에서 아침을 먹는다. 아홉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눈은 꽤 있었지만 헬기장은 보도블럭이 해를 많이 봤는지 눈이 녹은 자리가 있어 밥먹는 데 무리가 없었다. 




묵자 묵어. 다 먹고 살자고 인생 사는 거 아니겠어?

비도 조금 그치고 해도 살짝살짝 고갤 내민다. 

좀 많은 양이다 싶었지만 울 동생 정말 잘 드신다. 

물이 없는 산이기에 열심히 지고 간 물이 유일한 식수다. 

영남알프스는 물이 귀하구나...


식기는 휴지로 닦고 쓰레기는 봉투에 담아 배낭에 넣는다. 

주변에 쓰레기가 많다. 

나쁜 사람들. 

밉다. 



종주하려면 서둘러야지?

하산길이다. 

멀리 안개에 살짝 가린 봉우리들도 보이고 분위기가 새벽보단 낫다 비도 그치고...



하산길이 너무 가파르다. 

많이 내려간다는 건 다시 오를 길도 많다는 걸 의미한다. 

별로 반갑지 않은 계단길이다. 



하산길에 잠시 멈춰 바라보았던 풍경. 이날 산행의 마지막 원경이었다. 

기상이 안 좋아지며 더이상 먼 곳의 산이며 나무, 구름과 하늘은 볼 수 없었다. 



내려온 길. 너무 빨리 내려왔다. 그것도 너무 많이...

두렵다 다시 오를 일이. 




이곳에서 운문산과 가지산 등반이 갈린다. 

"동생 뭐 써있어?"



'알겠습니다.' 



자. 가자 가지산으로. 



오르자마자 눈길이다. 

여긴 노스페이스, 즉 해가 안 닿는 북쪽 등산면이다. 

눈이 많다. 



게다가 다시 비도 추적추적 내린다. 

쩝. 

이넘에 날씨는 도와주질 않는군. 



"형~ 눈이 너무 많아여"

"알어 나도 푹푹 빠져"

왜 눈이 있을 거란 생각을 못했을까?

스패치며 아이젠같은 동계장비가 그립다. 

등산화로 들어오려 애쓰는 눈을 털어내는 데 신경쓰다보니 등산의 재미가 반감된다. 

그런다고 놔두자니 꽁꽁 얼 발이 걱정이다.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 펼쳐진다. 

꼭 노르웨이 숲같다. 

반지의 제왕에 나올법한 분위기. 

"이 산이 왜 가지산인줄 알어?"

"왜?"

"가지가지 한다고 가지산이래. 눈도 많고 경사도 심하고..."

초행길이라 등산객들이 걸어놓은 이정표만 믿고 오르던 우리는 몇번이나 이정표를 놓치고 말았다. 

어쨌든 꼭데기는 하나니까 무조건 올라가자. 




문제는 등산로도 눈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욱한 안개에 이정표나 등산로를 다시 찾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나을 듯 하다. 

"형 이 산은 왜 아무도 없어?"

생각해보니 그렇다. 

운문산을 오를 때부터 지금까지 한 명의 등산객도 못 만났다. 

이거 분위기가 그렇다. 




가지산, 우리가 등산로를 잃어서 그런지 경사면이 보통이 아니다. 

게다가 눈이 미끄럽고 땅마저 무너져내리기 일쑤.

전진하기가 너무 힘들고 더디다. 




맥빠지는 표지판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았구나. 

그나마 다행이다. 등산로는 다시 찾았으니. 



등산로에 접어드니 급경사는 각을 낮추고 걸음을 반겨준다. 

휴~ 긴 거리가 남았지만 다행히 우린 능선에 올랐다. 




능선 도착기념 샷~!

우히히. 죽으란 법은 없다. 


능선 위에선 펑 트인 시야가 보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 

짙은 안개때문에 드넣은 평원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능선, 능성을 타고 노는 운무의 춤사위는 볼 수 없었지만

산이 높다는 것과 그런 능선들이 이어져 있으리란 건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여기가 정상이네.

헉!! 여긴 더 높잖아? 

1,240이라니...

어쩐지 힘들더라. 


멍충이들 산이 얼마나 높은지 재보지도 않고 무작정 올랐다. 

여튼 12시즈음 운문산을 지나 가지산까지 왔다. 

생각보단 눈때문에 더뎠지만 아직 힘은 팔팔하다. 

근데 배고프네. 


저기 산장에서 밥먹자. 

가지산 산장은 생각보다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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