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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경상도의 명산 영남 알프스를 오르다... 죽는 줄 알았다.

by onHappy 2014.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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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 등산가려 시동을 건다. 

오랜만에 산이다. 그것도 무려 영남 알프스. 

이름이 생소하지만 마음에 든다. 뭔가 웅장한 게 있을 듯한 느낌.



방금 거제 출장 마치고 목포왔는데 다시 울산으로 가자는 야속한 동상. 

그래도 소원 들어주기로 약속했으니 어쩌겠는가? 가야지. 




사전 조사 전혀 없이 홈페이지에서 등산 코스만 보고 달렸다. 밀양이네. 

세벽 세시 쯤 도착한 밀양에서 겨우 김밥집 하날 발견한다. 

덕유산에서 굶고 얼어서 죽을 뻔한 기억이 있어 무조건 산행 전에 배는 불려야 한다. 



석골사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를까 쉴까 고민한다. 새벽 네 시.....

잠깐만 눈 붙일까??



오늘 산행 코스다. 

영남 알프스 종주 코스 중 가장 길다는 코스다. 

13시간 정도 잡는다는데 함 해보지 뭐. 

가다 배고프면 밥도 먹고 

어두워지면 렌턴도 밝히고...



잠시 눈만 붙인다는 게 6시가 넘었다. 

이크! 어서 올라가자. 

둘이 이런 저런 이야길 나누며 걸음을 옮긴다. 

오랜만에 아스팔트 길을 떠나 흙과 돌을 밟으니 몸 속에서 잠자던 감각들이 깨어난다. 



2분 정도 오르니 석골사가 보인다. 

"돌로 지어서 석골사인가부다"


석골사 이름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지으며 오른다. 

오늘 이 석골사를 사무치게 그리워 할 운명에 처할 건 상상도 못한 채 말이다. 




가장 오른쪽 운문산으로 오르면 되는 거군. 뭐 간단하네. 

계속 두 남자의 농담 따먹기는 이어지며 경쾌한 발검음이 옮겨진다. 




"산 참 좋다. 그치?"

옆에 흐르는 계곡과 완만한 경사를 즐기며 두 남자는 흡족하다. 




이 환한 웃음들. 

그러나 산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원한 계곡물을 잠시 보여주는 것을 마지막으로 산은 경사를 바꿔가며 피곤에 쩔은 두 사내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형~ 눈 보여."

이크! 눈이다. 따뜻한 남쪽이라 눈은 생각지도 못했다. 

눈 덮힌 산에서 얼어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두 남자는 바짝 긴장한다. 

"3월인데 아직 눈이 있네. 저 위엔 더 많겠지?"



몸은 덥혀졌는데 비가 내린다. 

겉옷은 배낭에 묶어두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눈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날씨 참....



"잠시 쉬자."

두 사람 들어갈만한 천연 비가림 암벽 아래에서 잠시 쉰다. 

"날씨가 영 이상하다"

"형. 여긴 비 안 온다 했어"



잠시 쉬었다고 표정이 한결 낫다. 

눈은 점점 더 많아진다. 

야속한 산. 




그래도 아직은 발목까진 안 찬다. 

다행이다. 등산화로 눈이 들어가면 고생 시작이다. 




국수가락처럼 가는 비가 끝없이 내린다. 

산에서 봄비 맞는 것도 괜찮다 생각한다. 

오늘은 3월의 시작. 1일이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몰라도 내 기준에선 봄이다. 



꽤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암자가 나타난다. 

동생이 뭐라 알려줬는데 이름은 까먹었다. 




잠시 둘러봤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대신 크게 튼 라디오만 허공에 뭐라 이야길 쏟아내고 있었다. 




"야. 이산 천 미터 넘는 산이었어?"

"나도 몰랐어"


멍텅구리들이다. 자기들이 오르는 산 높이도 모르고...

얼렁뚱땅 천미터가 넘는 산 정상에 도착했다. 

운문산. 영남 알프스의 제 2봉. 

가자! 제 1봉으로. 

우선 밥은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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