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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천관사에서 연대봉까지... 천관산 아이와 함께 오르기.

by onHappy 201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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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맑은 3월의 주말.

집에서 놀자니 심심합니다. 

아들, 우리 등산이나 가자.



월출산을 갈까 했는데 아들이 월출산은 많이 가봐서 싫다네요. 

요즘 어린이집은 여기저기 잘 다닙니다. 

부럽습니다. 

우리 어릴땐 안 그랬는데...



그래서 다음지도를 보여줍니다.

"여기여기 산이 있어"

주작산, 천관산, 가학산, 첨찰산 설명을 합니다. 

대둔산 송공산 승달산 등등이 지도에 표기됐지만 아들의 선택은 단순합니다.

"제일 높은 산이 어디야?"




그래서 천관산이 뽑혔습니다. 

그 중 가장 높은지는 모르겠으나 아빠가 선택권을 갖게 됐으니 아빠 맘이지요. 



천관사에 도착해 주차를 하고 산을 오릅니다.

강아지가 반겨주고 간만에 풀린 날씨가 환영해주네요. 




"아들, 힘들면 그만가자 꼭 말해~"

"알았어 그런데 포기 안할거야"



두런두런 벌써 1킬로를 왔습니다. 

천관산을 선택한 이유는 천과사에서 출발하면 아이와 정상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때문이었습니다.




초반 길은 무척 좋습니다. 

"아빠 여기 산책하는 데 같아"




곧 경사가 이어지지만 어렵다고 말하긴 어려운 정도입니다.

페이스 유지만 잘하면 헐떡거림 없이 오를 수 있죠.



어디서 지팡이도 하나 집어들고 씩씩하게 오릅니다.




짠~! 많이 올라왔다.



이야~ 경치봐라. 멋지지?



이쪽 길은 처음이라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으나 산은 멋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저 아래는 봄이다. 논과 밭은 푸르고 매화까지 폈으니...



굽이굽이 능성이 겹치고 그 사이사이 개간한 땅들에서 식량이 자랍니다.



"아빠 이게 모야?"

"아빠가 보기엔 거미같은데? 봄이라서 이제 깨어났나보다."




멈춰서 만지고 보고 갖고 노느라 등산 시간이 오래걸립니다.

그래도 기다립니다.

오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산은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며 감탄을 자아내게 합니다.




"잘 올라오네? 힘 안들어?"

"하나도 힘 안들어"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산은 기지개를 폅니다.




"아들아 이렇게 많은 바위들은 어떻게 이렇게 높은 산에 있는 걸까?

하늘에서 떨어졌나? "



그늘진 곳은 아직 겨울을 벗지 못했습니다. 



절반 왔다. 

"아들은 안 힘들어?"

"어. 하나두"



수많은 표식이 나무에서 바람을 탄다. 

사람은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데 열중한다. 




보인다. 저기 오늘 목적이지인 연대봉이다. 



"가자~!"



"아들 여기봐봐"

사진 포즈가 참 재미있다. 

어린이들의 특권일까?

나이가 쌓이면 사진 포즈들이 비슷비슷 차이가 없이 밋밋해진다.

생각이 굳어지듯....



무슨 소원을 비나?

"엄마가 마트에 있는 장난감 다 사주게 해주세요"

ㅋㅋ 그게 소원이야? 



소원 이룰 수 있게 아빠도 기도해줄께.




재밌는 산이다. 

공지선이 보여 다 올랐다 싶으면 뒤에 또 봉우리가 보인다. 

다 올랐다 생각하면 또 나오고 또나와 오르기를 멈출 수 없다. 

그렇다고 힘들게 오르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이 표지판이 나오면 거의 다 오른 것이다. 

그런데 설명이 부실하다. 

어디가 천주봉이라는 건지?

산동에도 이런 곳이 있다는 건지? 있다면 어느 산이라는 건지?




여길 천주봉이라 하나? 

좀 약한데?



그럼 여긴가? 




아니면 여긴가? 

전부 다란 말인가? 




너도 모르겠지? 

중요한 건 굉장하다는 거다. 

명칭을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게 우선이잖아.

이 산은 굉장한 암석을 품고 있는 산이구나.



수많은 기암괴석만큼 수많은 소원이 얹혀진 곳.



저 아래 사는 사람들은 왜 이곳에 올라 소원을 빌까?

소원을 너무 아끼며 사는 건 아닌지?



너도 소원 아끼지 말고 팍팍 쓰며 살아라.



이 눈의 소원은 뭘까? 

아마 '봄아 천천히 와라'가 아닐까?





수많은 이정표

여기는 환희대다. 

연대봉까지 1키로. 저 앞에 뻔히 보이는 연대봉. 그곳까지 능선길이라 맘이 놓인다.



"저 뒤에 네모난 곳까지 가는거야. 다왔어." 



"아빠. 먼저 갈게"

"뒤면 다쳐"

겨울 지리산에서 다쳤던 기억이 난다. 저 아래 보이는 대피소를 향해 뛰어 내려가다 미끄러져 심하게 굴렀다. 

엄청 아팠다. 

그때 알았다. 산에서는 뛰지 말자.



능선이라 사방이 뚫려있다. 



밝은 곳, 어두운 곳.

눈은 잘 인식 못하지만 카메라로 찍으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사회도 그렇다. 어두운 곳, 밝은 곳.

밝아보이지만 어두운 곳도 있다. 



이번엔 뭐냐? 무술버젼이냐?



소림사? 

배경은 무술영화 찍기 좋은데 넌 너무 어리다. 

눈빛은 좋아보이는구나.



저기가 우리가 지나온 곳인가? 



"경치가 어때?" 

"좋아"

...

그래 좋네. 




연대봉. 

가장 높은 곳.



가장 위에선 아래만 보인다. 

저기능선도 오르기 좋아보인다.

다음엔 저기로 올라올까?



아빠 나 저 구멍 볼래.

"영차. 뭐있어?"

"쓰레기"

참 대단들 하시다. 

곳곳에 어쩜 이렇게 쓰레기를 잘들 놔두고 가시는지...



멋지다 울 아들. 

여기까지 왔네. 






풍경들... 

사진을 열심히 찍은 풍경은 머리엔 잘 안 남는다. 

이렇게 사진으로 봐야 어렴풋 기억난다. 

그냥 맨 눈으로 보는 풍경이 진짜인데...

보험같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진짜를 막고 이렇게 가짜를 보여준다. 

여기에서 내가 봤던 게 뭐였더라?

카메라에게 보여주었던 것 말고 내가 봤던 것...



등산화도 못 신기고 아빠만 좋은 신발 신고 올랐는데 불평 하나 없이 올라준 아들, 고마워.



바람이 강하다. 

"우리 저기로 가자."

"왜?"

"바람 피하러."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능선에서 반대편으로 대여섯 발자국 내려가니 언제 바람이 불었냐는듯 풀포기 하나 흔들리지 않는다.



이런 경치를 발아래 두고 밥 먹기 쉽지 않은 거다. 

그만큼 걸어야하니. 

우린 그 자격을 얻은거야.


총 네시간이 걸렸다. 

천관사에서 오르는 길은 일곱살 난 아이에게 크게 무리되지 않는 길로 좋은 날씨 골라 부자산행을 즐기기 좋아보인다. 

다음은 월출산으로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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