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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13년 여름흔적] 앵두도 따고 가재도 잡고.

by onHappy 201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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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입니다.
매번 돌아오는 주말이지만 
여름에 들어섰다 해도 괜찮을만큼 뜨거운 해가 기승을 부리는 주말입니다.


벌려논 일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마음을 조여옵니다. 

째깍째깍. 나태했던 날들이 후회스럽지만 되돌아 보는 건 부질없습니다. 

주말에도 일을 하면 마감시간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겠지만 

일을 잡기보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 하나 만들어 주는 쪽을 선택합니다. 


사실 일 생각에서 벗어나고 싶어 아이를 볼모로 잡고 주말 놀기를 계획합니다. 

아빠의 역할이 아이와 놀아주는 데 우선한다는 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기에 스스로 면죄부를 씌워주는 것이죠.


해년마다 이맘이면 앵두가 나는 곳을 알고 있기에 이웃집 아이들도 데리고 달립니다. 

불행히도 지난해엔 한 주 늦어 앵두를 수확하지 못했습니다.




자. 놀자!! 역시 아이들은 초록 들판과 가장 잘 어울립니다.



해가 따가워도 부모 마음만 들끓지 아이들은 개의치 않습니다.

하긴 해가 뭔 대수겠습니까?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해 노는 걸 임무로 태어난 아이들에게 말입니다. 



녀석들은 그저 자연이 출산한 온갖 신기한 생명들과 함께 하는 데 온 정신을 쏟습니다. 

풀 하나 벌레 하나까지도 아이들 앞에선 의미가 생겨나고 숨을 쉽니다. 


어디에서 에너지가 샘솟는지 더운 날씨에 넉다운 직전인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의 눈은 더 많은 발견을 욕심내며 동그래집니다.







이녀석들 작은 손으로 앵두를 따더니 앵두 산을 조금조금 높여갑니다.



덕분에 가을이면 알싸한 앵두주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 오는 날 햇살 그득 품은 앵두주 마시며 

"녀석들 자라면 술 한잔 사줘야지"하는 마음을 다시 꺼내보렵니다. 


다음날.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는 형님과 가재잡으러 가기로 정합니다.



물이 많이 줄고 더운 날이라 이끼도 보이지만 본래 워낙 깨끗한 곳이라 생명들은 잘 살고 있습니다.

아우성 치지도 않고 언제가 올 비를 조용히 기다려며 말이죠. 




어릴적 족대로 물고기 잡은 기억은 희미합니다. 있던것 같기도 없는것 같기도 합니다. 

먹고 살기 위해 바쁜 생활을 감내했던 부모님들이지만 여름이면 꼭 홍천강으로 오누이를 데리고 가 물놀이를 시켜줬습니다.



어머니가 깊은 곳에서 다슬기를 잡으며 어린 아들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 기억과 아버지가 헤엄으로 강 건너편까지 다녀온 기억이 선명합니다. 

아버지의 모습은 수영선수 못지 않게 위대해 보였습니다. 

나도 크면 홍천강을 헤엄으로 건너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아버지 아들이니 당연히 수영을 잘 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과 자신감이 잉태한 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먼 훗날 오늘을 기억할까요? 


한 장의 빗바랜 사진처럼 희미하게나마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 아빠와 족대 들고 물고기 잡았었던 때가 있었다고 말이죠. 

그 기억과 함께 입가에 웃음을 머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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