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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동계 캠핑] 천등산 야영장에서 눈맞으며 자보기.

by onHappy 2014.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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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9년이다. 휴가다운 휴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바보같이 선배 눈치보고 회사눈치보며 쉴 시간 일만했다. 바보였다. 

그나마 이번 휴가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남은 연차를 돈으로 못 주겠으니 휴가를 쓰라는 회사의 세심한 배려(?)덕분에 생겨났다. 



과감하게 5일 휴가 낸다. 월요일부터 금욜까지. 
머릿속에선 지리산 눈밭을 등정하는 내 모습이 그려진다. 

해외 어느 해변에 누워 파도소리 들으며 노을감상하는 나도 떠오른다. 



현실과 타협안을 도출한다. "우리 강원도가자"
서울살땐 수없이 다니던 강원도지만 목포로 이사온 후 멀게만 느껴지던 강원도. 
일때문에 일년에 두어번은 다녀오지만 일과 휴가는 다르다. 
"강원도 갈래?"
안지기는 신났다.




동선을 짠다. 첫날은 가다 멈추는 곳에서 자자. 캠핑으로, 
이튿날은 설악산 콘도, 다음 날부턴 상황보며 결정하자. 


어린이집에서 아들을 픽업하고 출발한다. 
달리고달려 도착한 곳은 충주의 천등산캠핑장. 
어두워질때까지 달려서 도착한 곳에 짐 풀기로하고 무작정 가다 멈춘 곳이다.



집을 짓고 주변 둘러볼 시간없이 눕는다. 

막걸리와 집앞에서 포장해온 닭갈비가 포만감과 눈꺼풀을 협공해 사정없이 내리누른다.


후둑후둑.
뭔가가 텐트를 때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새벽부터 내린 눈이 텐트에 앉아 쉬다 온기에 녹아 떨어지는 소리였다.
"아들, 밖에 나가봐야겠는데?"


녀석 입이 헤~ 벌어진다. 
장갑을 챙겨주지만 눈을 직접 만지고싶은 맘을 억누르는 법을 모르는 아이는 손이 얼도록 눈을 만져댄다.




안지기께선 따스한 잠자리에서 나올 생각이 없다. 
엄마 배에서 자라는 태아역시 아직은 눈 경험이 없다. 
결국 두 사람은 눈을 경험할 것이다. 배에서 내리려면 바다를 지날 수밖에 없다.


캠핑장 바로 위가 역이다. 역무원의 비질에 아들이 묻는다. "아저씨 뭐하세요?"
뭐하는지 빤히 보이지만 아이에겐 눈을 쓴다는 행위가 이상해보이나보나. 이렇게 좋은 눈을 왜 쓸어낼까 싶겠지. 
"어 눈 쓴다" "왜요?" "쌓이면 안되니까" 
뻔한 대화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인 더 아름다운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지만 둘의 빤한 대화는 빤하게 끝난다.


"언제부터 내렸어요?" 내가 묻는다.
"여섯시부터 쏟아졌어요. 더 오겠는데..."


캠핑장 아래는 계곡이다. 

꽤 웅장한 느낌을 간직한 산이 물길을 돌리는 풍경이 마치 강원도같다.

두어시간 내렸을 눈에 황량했을 풍경이 아름다움으로 바뀌어있다.


이웃집과 눈인사를 나누고 끼니를 해결한다.
'눈이 밥이면 북한어린이들이 배고프지 않을텐데...'
중학교땐가? 들었던 생각이다. 내가 좀 더뎠나보다. 생각이 어렸다. 

눈들이 내리며 묻는 건 아닐지 생각해본다. 안녕들 하시냐고.


이녀석은 무슨 생각을할까? 
눈 하나 하나에 이름을 지어주면 어떨까?
지은이, 혜진이, 혜교, 태희... 여자애들 이름으로... 
하하. 미안하다. 아빠가 주책이다.


무슨 덕을 쌓았는지 
캠핑하며 맞이하는 눈이 우리가족이겐 귀하지않게 찾아온다. 
조상님의 은덕일까? 
종교가 없는 나로선 조상님 아니면 안지기를 잘 만난 덕이라 생각한다. 


"여어 식어라 함께 강원도로 가자꾸나."

예전 블로그 할 때 서로 블로그에 인사나누던 천등산님이 운영하시는 캠핑장. 
뵙진 못했지만 인연있는 곳이라 생각하니 더욱 포근하다. 
언젠가 다시 찾을지도 모르겠다.
카약체험도 기대되고 설경도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고요한 숨소리를 내며 흘러가는 강과 웅장한 산은 언제나 날 설레게한다. 
결국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리. 
이젠 강원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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