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일을 벌일 때가 한참이나 지났다.
몇해 전엔 전원주택으로 이사도 가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또 병이 도져 한밤에 랜턴 하나 들고 낙지를 잡겠다며 혼자 밤바다를 누비기도 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일을 하면 할수록 나는 지워지고 일만 쌓여갔다.
일이라는 건.... 회사에 수익을 안겨주지만 지나고 보면 내겐 스쳐지나가는 것들이었다.
물론 그 중에선 내 포트톨리오가 되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재료 중 하나로 사용되는
가치있는 것들도 많았지만 반복적인 업무에서 오는 피로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뭔.가.인.생.의 .큰. 획.이. 하.나. 필.요.했.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15년 정도 묵힌 나의 꿈을 더 늦기 전에 잉태시키기로...
결국 나는 일을 저질렀다.
땅을 구입하고, 군청과 무수히 많은 싸움을 거쳐 개발 허가를 득하고
포크레인으로 얄팍한 흙 속에 숨어있던 무식하게 단단한 암반을 수일에 걸쳐 깨냈다.
옹벽을 세워 원래 경사였던 땅을 평지로 만들고나니
나무가 살던 자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일에 비용을 거의 대부분 소진한 상태였다.
회사일이 너무 바빴고 난 현장에 가보지 못한 상태로 무리하게 일을 추진하고 있었다.
대출 압박이, 넘치는 회사일이 일을 조금 쉴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잠시 회사일에 빠지다보니 시간을 빙글빙글 순식간에 돌아가 해를 거듭하고 있었다.
집을 지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을 만 번쯤 하고 나서 회사에 통보를 했다.
저 육아휴직 냅니다.
집 지으려고요.
다녀올게요.
...
진짠데요...
남자로는 1호 육아휴직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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