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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집, 그까이꺼 혼자 짓지 모. 혼자 집짓기의 서막.

by onHappy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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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어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정도 생각해 본 문제이니 이제 시작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집을 지으려면 우선 땅이 필요하니 열심히 주변에 땅을 사겠다는 홍보를 하고...

그렇게 소문을 내다보니 지인이 소개해 준 땅을 구입하게 됐다. 

수종과 나무의 생김새를 보면 그 땅의 성질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마른 소나무들이 가득하다면 돌땅이라는 소리다.

임야... 이때까지만 해도 아무 땅에나 집을 지으면 되는 줄 알았다. 

내 땅에 내가 집을 짓겠다는데 누가 말려?? 이런 무식함이 돌이 수북한 임야터에서 쑥쑥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임야는 개발이 어려웠다. 그냥 조금 어려운 게 아니라 시간과 비용이 어마무시하게 들어가는.... 

그래서 웬만하면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그런 땅이었다. 

 

세 필지로 나뉘어진 땅을 구입했다. 난 가장 상단의 필지인데 올라가는 도로부지는 흙이 많았다. 그러나 집 지을 터는 온통 돌밭이었다.

하필 회사는 그 어느때보다 더 바빴다. 원래 회사는 그런 곳이다. 10년이 넘는 회사 생활을 해봤지만 이놈에 월급쟁이는 시간 내서 개인적인 일을 돌보기가 너무 어렵게 스케쥴이 형성됐다. 

아랫집이 건축을 시작해야 하니 나도 덩달아 토목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현장에 가볼만한 처지가 못됐다. 

그저 포크레인 기사님이 알아서 잘 해주겠지.... 라는 믿음만 가질 수밖에... 

 

-중략-

터를 잡고 보강토를 쌓았다. 수많은 일들이 지나갔다. 시간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현장은 가뭄에 콩나듯 지나치며 포크레인 기사님께 고생한다는 말 한마디 던지고 잘 부탁드린다며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포크레인 기사님 실수로 도로가 아닌 집터 자리 땅을 건드렸다. 훼손된 산림은 복구가 원칙. 어차피 집 지을 땅이라 언젠가는 토목공사를 해야 하는 땅이지만 원칙대로 복구를 위해 세 땅의 주인들이 주말에 모여 측백을 심었다.

너무나도 바쁜 날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아랫집 형님께선 본인 집을 짓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며 매일 서너통의 전화를 꼬박꼬박 넣어주셨다. 장비가 엉뚱한 땅을 파버린 건 문제도 아니었다. 토목 설계사무소에선 멀쩡한 땅을 두고 건축이 불가한 땅이라며 손을 놓으려 했다. 경사도가 문제라서 건축이 안 된다는 것 부터 도로의 포장이 안 돼서 준공이 날 수 없다는 주장까지, 아랫집 건축 때문에 야근은 더 늦어졌고 아래 건축주의 전화는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있었다. 본인이 처리할 일을 왜 내게 자꾸 미루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잠재적 평생 이웃이기에 도움을 뿌지치진 않았다. 

결국 건축허가부터 준공까지 아랫집은 서너번의 위기가 찾아왔고. 그때마다 문제를 풀어가먀 내 안에 내공이 쌓여갔다. 뭐. 아랫집은 지금 집 잘 짓고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계신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내 땅에 1차 토목이 끝났다. 그런데... 너무 많은 지출이 발생했다는 걸 깨닳았다. 경사지를 편평하게 만드는 게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일이라는 걸 그전엔 몰랐다. 포크레인 두 대가 열흘 이상 돌을 깨내고 보강토로 경계를 쌓고 뒷벽에 석축을 쌓고... 덩그러니 맨땅만 생겼는데 수천만원이 사라지고 없었다. 

 

어...? 집은 무슨 돈으로 짓지???

돈이 없으니 몸으로 부딪히는 수밖에 없다. 그냥 혼자 지어보자.   

이렇게 집을 지을 꿍꿍이를 안고 공부를 시작했다. 

주로 유튜브를 보고 평생교육원의 목조주택 강의를 한달 가량 수강했다. 

 

10년 넘게 쉼 없이 달려온 회사에 육아휴직이라는 전대미문의 서류를 던지고 드디어 집을 혼자 짓기 시작했다. 

수많은 날 널부러진 돌을 골라내고 드디어 땅에 레이아웃을 그려나갔다. 이 건축자재의 이름은 밀가루다.

출근할 시간이군... 다음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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