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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내고장 무법천지 도로를 바꾸고 싶어 생각한 해법.

by onHappy 2014.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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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정말 최악의 교통 질서 문화를 굳건히 지키는 고장이다. 

아침 출근길이면 신호준수 차량보다 위반 차량을 만나는 게 훨씬 쉽고 크고 작은 교통사고 현장을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다. 10년 동안 5번의 사고 피해자가 된 사람으로서 이정도 비판은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출근길 신호위반하고 지나가는 차량. 직진하는 버스가 경적을 울리자 잠시 멈췄다 유유히 갈 길을 간다.>




<붉은 신호지만 위반하고 지나가는 차량. 사진에 보이는 네 대와 사진 촬영 후 지나간 두 대까지... 신호 지키는 내가 바본가?>


서울에서 20년 넘게 살아온 내게 이런 교통 문화는 여전히 스트레스다. 이 고장으로 온지 10년이지만 왜 이런 위험천만한 질주를 멈추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신호 위반은 예사로 벌어지는 일이며 과속에 불법 좌회전과 유턴, 심지어 무단 후진까지 차량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주행을 도로 위에서 보여주시는 게 내가 사는 도시의 도로 풍경이다.


가장 흔하게 목격되는 건 정지 신호에 횡당보도에 떡하니 올라가있는 차량들이다. 


사람들이 차도를 안전하게 건널 목적으로 설치된 횡단보도는 차량들의 쉼터처럼 보인다.

 

왜 이런 일이 유독 이 도시에서 많이 일어나는 걸까?


"당신이 다른 고장 교통문화에 대해 얼마나 알아?"라고 반박한다면 이런 답변을 드릴 수 있다.  


직업상 수많은 출장을 다니며 그 지역 역시 한정되어있지 않다. 


강원도부터 호남 구석구석까지 안 다녀본 도시가 없을정도다. 


게다가 내고장 교통에 대한 문제의식이 마음 한구석에 항상 자리잡고있어 출장지의 교통 상황을 유심히 관찰한다. 


확실히 내가 사는 이 고장의 도로는 다른 고장의 도로보다 훨씬 무질서하고 위험하다.


그러면 다른 지역 시민들보다 우리 지역민들의 교통 법규 준수 의식이 부족할까?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수치화해 검증할 방법이 없으니 결론낼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신호등. 의아했다.


 '왜 신호기는 항상 쌍으로 달려있고, 게다가 교차로 맞은편까지 설치되어있는가?'


 내가 교차로에서 볼 수 있는 신호기는 대부분 네 개였다. 너무 많은데? 어디선가에선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혹시 과다하게 설치된 신호기가 도로위 불법을 조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진에서만 네 개의 신호기가 있다. 머리 위에, 교차로 건너편에... 이제부터 지적하고 싶은 건 교차로 너머의 신호기다>

 

그러다 이 문제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생업에 신경쓰고 살기도 바빴으므로. 


그러다 출장으로 전주를 갔다. 


도로의 분위기가 뭔가 달랐다. 운전하던 동료가 말한다. "여긴 왜이리 신호를 잘 지켜?"


전주의 교통 문화는 100점이었다. 내가 사는 고장은 10점이나 될까? 


시민 의식이 우리고장보다 높다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없었다. 


전주시에서 운전면허를 더 까다롭게 다루는 것 같지도 않았고, 단속이 더 많아 보일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전주는 분명 우리와 달랐다. 

 

동료는 횡단보도 위에 앞바퀴를 반쯤 걸쳤다가 신호가 보이지 않는다며 짜증을 냈다. 결국 후진 후 머리위 신호기를 주시했고 다음부턴 횡단보도와 멀찍이 떨어져서 멈춰섰다. 


그때 깨닳았다. 시스템이 문제였군. 전주엔 교차로 맞은편에 신호기가 없었다. 


부러웠다. 우리도 이렇게 만들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와 횡단보도에 반쯤 올라가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이 사라질텐데... 이것만해도 수많은 사고가 예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의 차량들. 횡단보도와 멀찍이 떨어진 정지선에 잘 도열해있다. 왜 그럴까? 사진:다음 지도>



<해답은 이 사진이다. 정지선을 넘으면 내 신호를 볼 수 없다. 교차로 너머에 신호기가 없기 때문이다._사진: 다음지도>


신호기가 내 머리 위에만 있으면 여러 장점이 생긴다. 

첫째. 예산절감. 신호기를 과도하게 설치하지 않으니 절반의 예산이 절감된다. 

둘째. 보행자 안전 확보. 횡단보도 위에서 신호대기 할 수 없다. 신호가 안 보이게 되므로. 

셋째. 신호위반 감소. 주황, 적색 신호에서 멈춰야 할 차량들이 교차로를 그대로 지나치는 건 교차로에 접어들어도 여전히 보이는 신호기 때문이다. 

넷째. 신호 위반을 하는 차량들의 대부분은 교차로로 슬쩍 나와 좌우를 살피고 불법 주행을 한다. 교차로에 설치된 네 방향 신호기들을 모두 보고 예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차로에서 자신들의 머리 위에만 신호기가 있다면 신호위반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현실을 확인하고 싶다면 전주로 가서 교차로 신호위반 횟수를 측정해보라. 내 관찰에 의하면 우리 고장은 빵점이다. 


외국 여행을 자주 나가는 지인에게 물어봤다. 


"운전하기 어떤 나라가 좋던가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신호 사정은 영국 독일이 우리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은 사람이 보이면 신호와 상관없이 멈춘다. 


신호체계까지 완벽한 나라로는 프랑스와 스페인이 기억난다.


답변을 듣고 구글맵에 들어간다. 좋은 세상이다. 세상 모든 도로를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래는 프랑스다. 


<도로 중앙에 깔끔하게 설치된 신호기. 물론 교차로 너머엔 내가 볼 수 있는 신호기가 없다.>


<마찬가지. 중앙과 양쪽 인도에 설치된 신호기. 보행자를 잘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생각된다.>

 

<신호기가 하늘에 달려있지 않으니 여러모로 좋다. 우선 사람을 볼 수 있어 좋고 위도 깔끔해진다.>


 

교차로 너머에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신호기가 없는 건 물론이며 내 머리 위에도 신호기가 없다. 신호기는 인도쪽, 폭이 넓은 도로에선 도로 중앙에 설치해놨다. 우리 동네는 내가 볼 수 있는 신호기가 무려 네 개가 아니었나? 순간 스치는 생각. 사람을 보기에도 신호기는 지상에 위치하는 게 맞겠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신호기는 예산 낭비다. 거대한 기둥을 세우고 신호기를 주렁주렁 달려니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겠나? 게다가 효율적이지도 못하다. 앞서 설명했듯 많은 신호기는 운전자에게 위반할 수 있는 기횔 제공하니 말이다.  


다음 국가는 스페인이다. 



내 머리 위 신호기 하나와 좌회전 차량에게 보여줄 신호기 하나가 설치된 교차로. 물론 건너편에 내 신호는 없다. 


이 사진도 마찬가지다. 오른쪽에 신호기 하나 왼쪽에 하나다. 



일방통행이 아닌 곳은? 물론 내 머리위 하나다. 우리 나라라면 사진에 동그라미와 엑스 표시를 둔 곳에 교차로 맞은편 운전자가 볼 수 있는 신호기가 달려있겠지만 여긴 없다. 당연한 거 아닌가? 교차로 너머에 있는 운전자가 그 신호를 봐서 할 일은 신호위반밖에 더 있겠는가? 


결론. 


우리 대부분 도시가 마찬가지지만 신호체계는 개선이 시급하다 생각된다. 

예산이 문제라면 의외로 간단하다. 신호기들을 반 시계방향으로 90도 돌리면 해결되는 교차로가 상당히 많다. 

이건 숙제. 다 알려주면 재미없지 않은가? 



남는 신호기들은 수거해 노후화된 신호기들을 위해 예비용으로 비축하던지 새로 개설하는 도로에 사용하자. 

의외로 도심 외곽지역엔 신호기가 필요한 도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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