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안 내려간다.
감기가 좀 심상치 않다.
종일 끙끙 앓는 소리에 뭔가 힘도 없다.
동네 아동 병원을 다 쑤시고 다닌다. 모든 의사들이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너무 어린 신생아라서 열이 오르면 요로감염 아니면 뇌수막염일 가능성이 농후하단다.
수액으로 버틸까도 싶었지만 별 효과가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
결국 늦은 밤 대학병원으로 간다.
일사천리 진단과 체혈이 끝나고 등 극소마취를 위해 연고가 발라졌다.
엄마 손으로 4cc의 이름 모를 약이 든 주사기가 건네졌다.
먹이란다. 아기 잠자는 약이란다.
소량으로 약을 주입하는데도 어찌나 오만상을 찌푸리는지 그 맛을 안 봐도 알 정도다.
그렇게 피하고 싶던 순간. 등줄기에서 맑은 척수가 뚝뚝 떨어진다.
60일 된 아이가 낼 수 있을 것 같지않은 울음소리가 울린다.
가슴이 찢어진다.
두어시간 기다리자 척수 분석 결과가 나온다.
뇌수막염.
며칠 입원해야 하는 병이란다.
이제 추석인데...
이제 두 달 된 아기인데...
아기가 무슨 죄인가 싶다.
뇌수막염 검사법은 위에 적은대로다.
뇌수막염 치료법은 약물이란다. 항생재와 플러스 알파.
뇌수막염이 완치됐는지는 차도를 보며 결정한다했다.
누구는 다시 척수를 뽑아 검사한다고도 했지만 그건 아니다.
다음은 꼬박 날새고 입원 준비물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렀다 쓴 글이다.
조막만한 등줄기 바늘찔러 달빛닮은 물방울 뽑아내자 어디서 그 큰 울부짖음 만들어 보이는지 가슴 구석구석 퍼렇게 베인다. 아픈 자식 바라보는 마음 이리 서늘한데 떠나보낸 부모마음 어떨까 짐작조차 숨막히다.
순간 세월호 가족들이 떠올랐다.
멀쩡히 웃던 아이들...
갑자기 주검이 된 아이들...
고귀한 생명들 하나하나가 그립고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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