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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무작정 떠나는 여름휴가 4/7 청도 연지곤지 캠핑장

by onHappy 2015.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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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가대교를 타고 거제를 빠져나온다. 

"오빠 어디로 가?"

"울 각시 팥빙수 좋아하니까 부산 가서 팥빙수 먹고 요트 마리너에서 자자"

"거기 좋아?"

"그냥 주차장이야"

"시원해?"

"바다라 시원하겠지?"

"여기 바닷속이래 해저터널. 우아. 성훈아 우리 바닷속이다"

"..."

잔다.



우리 나라에도 해저 터널이 있구나. 

부산으로 가려던 계획은 급 변경된다. 

휴가철인데 부산은 너무 복잡할 것 같아 싫다는 안지기. 그럼 어디로 가야하나?

부산으로 이사 간 언니한테 전화를 해보더니 연지곤지 캠핑장을 추천받는다. 

그래. 여태 노지에서 잤으니까 정식 캠핑장에서 편하게도 지내자.



해질녁 도착한 캠핑장. 죽을뻔했다. 

지난해 3월 영남알프스를 등반해본 경험이 있어 산이 얼마나 높은지 알고 있던 나였지만 그 산을 코란도c로 카라반을 메달고 넘을줄은 상상도 못했다. 

굉음을 내며 겨우겨우 올라가는 차의 RPM을 보며 얼마나 안쓰럽던지...

캠장 주인께서도 놀라신다. 

이걸 끌고 넘어오신 거에요? 


가파르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넘어보니 카라반 운전에 못 갈 곳은 없다는 자신감이 생길법도 하지만 더욱 무서워진다. 

두 번 다신 저런 곳 못 넘을것 같다. 



늦은 시간이지만 계곡이 있으니 가봐야지.

해루질 하려고 장만한 랜턴이 밝은 빛을 뿌려준다. 

짧지만 시원하고 조용한 우리만의 물놀이 시간이 주어진다. 

역시 물놀이는 야밤에 해야 제맛이다. ㅋㅋ



밥먹고 하늘에 별 구경하더니 이녀석 조용하다.

자냐? 

대학 다닐 때 강원도 인제 '언덕위에 하얀집'이라는 펜션에서 본 유성쇼가 생각난다.

하늘 가득 떨어지던 유성.

그걸 보려 주인 몰래 이불 끄집어내와 누워 별보다 잠들던 때. 

이상하게 젊은 날 추억이 자주 생각난다. 

늙었나보다. 

안지기가 "늙었다 우리"라고 말하면 핀잔을 늘어놓았지만 부쩍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을 한다.



네게 시간은 어때? 아빤 네가 즐거우면 장땡이라 생각한다. 



아침이 밝았다. 

잘 잤다. 생각보다 이웃들도 조용했고 간만에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정돈된 환경에서 잠드니 꿀맛이 따로 없다.

가자. 물놀이하러. 



딱 우리가족 스탈이다. 

깊지 않고 깨끗한 물.

와이프도, 아들도 이런 곳을 선호한다.

 


둘째녀석의 물놀이 장소도 물색한다. 

발바닥 살짝... 

물이라면 질색하던 녀석이지만 워낙 물놀이 경험을 집중해서 그런지 아빠가 조금 떨어져도 질색하지 않는다. 

교육의 힘일까? 순응일까?



무거운 몸 추스려 안지기도 계곡에 발 담근다. 

왠만해선 발에 물 적시지 않는 사람인데 컨디션이 좋은가보다.



둘째의 물놀이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혼자서는 1분도 채 넘기지 못하지만 분명 이녀석 물을 좋아할 거다.

아빠가, 형이 그렇게 물을 좋아하니 당연하다.


난 물놀이가 참 재미있다. 

첨벙첨벙 물을 튀기는 것보다 물속 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는 걸 좋아한다.

비닐봉지 비스므리한 게 있으면 계곡에 피래미들 잡는 것도 선수다. 

비결은 미끼. 나만의 특별 미끼가 있다.


밤이면 꽃게 돌아다니는 바다에 못 나가 안달이고 여름이면 전국 계곡을 검색하기 바쁘다.

전생에 인어공주였을까? 

ㅎㅎ 물가에 절대 가지 말라던 점쟁이의 충고따윈 잊은지 오래다.



한쪽에 펼쳐진 생명의 향연. 

이름모를 풀이다. 

분명 이름이 있겠지만 알지 못하니 그냥 풀이다. 

물에서 자라니 수초나 물풀이라 부른다. 

관심이 없으면 이렇게 덩어리 속에 포함된다.


아들 친구들도 은찬이, 예린이 등의 이름이 있지만 

별로 눈여겨보지 않은 친구들은 그냥 아들 친구들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르는 사람들은 그 사람이 얼마나 탁한 사람인지도 모르고 지지하고 환호한다.

반대하면 뭉터기로 빨갱이다. 


내가 아는 걸 그들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뭐 이런 생각이 늘상 든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모두 내맘 같진 않은 게 세상인걸. 



ㅎㅎ 많이 안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아기들은 모르지만 다 아는 것처럼 웃는다. 

아는 게 많아지면 더 많이 웃어야 맞겠는데 어른이 되면 웃기가 쉽지않다.




잘 놀았으니 또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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