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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무작정 떠나는 여름휴가 #7/7 문경으로.

by onHappy 201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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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까지 올라가며 바다 풍광도 보고 2년 전 올랐던 대관령양떼목장도 둘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너무 더웠고, 어린 아이에 임산부까지 동행이다.

내 욕심만 차릴 수 없다. 



이쯤에서 돌아가는 게 좋겠다. 

지도를 살펴보니 문경 정도가 오늘 움직이기 좋겠다. 

가자. 문경으로. 




안동. 아... 우리나라는 참 넓구나. 

다 다녀봤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못 가본 곳이 꽤 된다. 

안동 시내는 꽤 혼잡했다. 

카라반을 끌고 돌아다니자니 부담스럽다. 


마침 방학이라 안동초등학교 운동장에 카라반과 차량을 놔두고 학교에 양해를 구한다. 

안동초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앞 홈플러스에 들르기 위함이다. 



최고로 더운 날이었다. 38도. 

안동이 더운 지역인가? 

지구가 더운 것인가? 


마트 안은 천국이다. 

왜 마트에선 캠핑을 못 하게 하는 걸까? 

넉넉잡아 삼일은 심심하지 않게 지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여행이라는 단어의 뒤엔 쉼이 따라다녀. 

힘들게 찾아다니고 올라가고 가끔은 밥시간 놓쳐 배도 고프고 다리도 아프지만 쉴 수 있기 때문에 여행은 즐거운 거지.

마트에서 꾸짖을 수 있는 행동들이 다 용서된다. 

웃자고 떠난 여행 이렇게 웃자~ 



올레! 지역 홈플러스라고 무시했다간 큰 코 다친다. 

안동 홈플러스엔 없는 게 없다. 

푸드코트도 훌륭하다. 

한식 중식 일식...


한참을 쉬었나보다.

내부의 쾌적함보다 외부의 열기가 무서워서였을 것이다. 

오랜만에 맛보는 에어컨의 유혹에서 떨어지기 싫어서였다. 


그래도... 출발. 

우린 여행자니까.



짜잔~! 도착. 

여긴 문경 해바라기 캠핑장이다. 

겨우 한 자리 남은 걸 가까스로 전화예약해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죽으라는 법은 없다. 

새삼 내 나이가 낯설다. 

아빠들이 소유할 수 있었던 차를 내가 소유하고 집 살 돈으로 구입한 카라반도 가지고 있다니...


우리 가족은 아버지 친구분들 가족과 여러번 여행을 다녔다. 

가난한 형편이었지만 텐트 하나 없이 멘 땅에 자리깔고 앉아 수박 한 쪽 나눠 먹으며 계곡과 강에서 수영하며 물고기를 잡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막 대학 졸업한 것 같은데 어느새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어른들의 전유물이던 차를 운전하고 결혼생활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20대의 나와 마흔을 눈앞에 둔 나 사이의 시간 공백이 믿어지지 않을 때가 종종 생긴다.




긴 여행. 피곤하지? 

아빤 무얼 위해 이 여행을 떠난 것일까? 

너희들에게 이 여행은 무엇일까?






해가 진다. 

계곡물이 온수처럼 데워져있다.


물 경험이 많아져서일까? 발바닥을 넘는 수위를 무서워하던 둘째가 물속에 주저앉았다.

물놀이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와이프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승채야.

물 느낌 좋지?

아빠가 물고기도 잡아주고 가재도 잡아 보여줄게

장수 풍뎅이며 사슴벌레도 잡아 줄거다.


등산도 갈 거고 한겨울 눈밭에서 캠핑도 할거다.

조금 더 크면 낚시도 가자. 

요즘 아빠는 해루질도 재미있더라.

형아만큼 크면 같이 가보자.

밤바다에 빠져 낙지며 소라 줍는 재미 같이 느껴보자.



부쩍 혼나는 날이 많은 성훈이다.

기질이 과격하고 급하다.

어릴적 나와 꼭 닮았다. 


그게 탓할 건 아닌데 자꾸 탓하게 되네.

반성한다.

엄마랑 아빠가 부족해서 그래. 

노력할게 사랑하는 내 아들.




화이팅 우리가족.



아빠의 넓은 이마와 숱을 닮았다.

돈 많이 벌어서 머리 심으면 된다. 

아빤 돈도 없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네 머린 네가 알아서 하려무나.



쨍쨍한 해가 종일 비추더니 멀리 구름이 번진다. 

내일이면 조금 시원해지려나? 




우리 자리다.

다음날 해 뜰 걸 감안해 남쪽에 카라반을 댔다. 

저녁이 되자 옆 타프스크린팀에서 써니를 빔으로 관람하시는데 우리쪽에서도 그 화면이 너무 잘 보여 큰아들과 와이프는 의자에 앉아 편히 영화 감상을 했다.


큰녀석은 영화를 보면 이해 안 가는 부분을 계속 물어본다. 

며칠 전 영화 암살을 보여줬더니 이정재와 하정우를 혼동해 설명해주는 데 쉽지 않았다. 

밤 늦도록 아들과 안지기의 영화 이야기는 이어진다.



마트표 칼국수를 넣고 끓인 김치찌게. 맛이 참 좋다. 

이번 여행에서 하루 두 끼는 간단하게 해먹고 한끼는 사먹었다. 

최대한 부담없는 여행이고 싶었다. 먹는 짐 줄이고 간단하게 출발했다. 

점점 복잡한 게 싫다. 



밤새 식은 계곡에서 물놀이도 하고 이제 여행은 막바지다. 

문경에서 집까지 일박하면 좋을 거리인데 주말이라 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가자. 집으로.



물놀이 미련이 남았니?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충주 인근을 지나는데 폭우가 쏟아진다. 게릴라성 호우. 

순식간에 35도였던 기온이 22도로 뚝 떨어진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우리 앞날처럼...


이렇게 우리의 여름휴가는 끝났다. 

뜨거운 태양으로 시작해 무섭게 내리치는 폭우로. 


일상, 쉼.

둘의 모습이 무더위와 비처럼 닮았다.


우리 다음엔 어디에서 무얼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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