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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이야기

무작정 떠나는 여름휴가 5/7 문화수도 경주

by onHappy 2015.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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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곤지 캠핑장에 더 머물고 싶지만 경주가 우릴 부른다. 

신라의 숨결이 여태 전해지는 고장으로 출발하자!!

단, 돌아간다. 어제 올랐던 가지산자락을 다시 카라반을 달고 오르는 건 미친 짓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날씨가 너무 좋다. 좋아도 너무 좋아 해가 비치는 동안은 땀이 흥건하다. 

구름들은 다 어디로 갔나? 

보고싶다. 



경주에 입성. 돌아오느라 1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무사히 왔다. 

톨게이트를 나와 가장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내려논다. 

처음 카라반 구입했을때 붙이고 떼는 작업이 그리 힘들었는데 이젠 이력이 생겨 1~2분이면 가능하다.

뭐든 연습하면 안 느는 게 없다.



덥다. 그래도 웃어보자.

불국사 도착.

둘째 안고 출발해본다. 



이렇게 쓰는 거구나. 

한문 선생님에 대한 미움이 결국 한자를 잘 모르는 문맹으로 이어졌다. 

간단한 글자들은 읽는데 획수가 많아지면 아리송하다. 

그래도 불국사는 다행스럽게 내가 읽을 줄 아는 한자들의 배합으로 이뤄져있다. 



분명 고목인데 가지들이 살아 잎사귀를 내민다. 

신기한 생명력이다. 

그 옆에서 외국인 커플이 수면을 응시한다. 

멈춰 구경하는 이들은 이들뿐 모두가 이동한다. 동에서 서로, 남에서 북으로...

참 바쁘다 우리나라 사람들.



경치 참 좋다. 

물이 탁한 것도 좋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맑음이 아닌 깊은 채도에 내가 알지 못하는 깨닳음이 숨어있다.

물은 혼자 잘났다 떠들지 않고 나무와 땅을 닮아 어울어지길 선택했다. 



다리, 대칭이 아닌 비대칭의 타원이 떠받치는 다리가 수면위에 얼굴을 내민다.

아빠와 아들, 나와 아내, 큰아이와 작은 아이...

세상의 모든 이들의 모습이다. 

똑같지 않은 다름. 

많은 갈등과 다툼이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지 못해 시작된다. 

넌 내가 아니다. 나도 네가 아닌 것처럼.



거대한 문. 

오늘날 문은 디지털 도어록이 달린, 두세개의 경첩에 메달려 손잡이를 돌리면 누구나 열 수 있는 문이다.

이렇게 거대하게 만든 건 요즘 세상이라면 낭비로 판단한다.

모든 걸 경제로 따지니 도망갈 곳이 없다. 

인력 낭비, 시간 낭비, 예산 낭비, 공간 낭비...


그러곤 소수의 힘이 고귀한 결정을 내린다. 

감축, 통합, 폐지...

인간성의 낭비.

존엄의 부재. 



저 거목들은 수많은 사람들을 봐왔다. 

국사, 장수, 왕, 노비...

현대인들은 어떻게 보일까? 

조그만 걸 애지중지 들고 다니며 찰칵찰칵대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닐까? 


새소리가 들린다. 

이거 스피커인가? 레알 자연의 소리일까? 

알고보니 도기로 만든 피리소리다.

맑고 청량하다.

"아빠 사죠"

"그래"



돌틈에 나무 뿌리에 새소리를 들려주며 엄마와 아들이 길을 오른다.

나무는 더위에 힘들어하는 여자를 내려보며 새를 찾는다.

'분명 소리는 들리는데 이녀석은 어디있는겨?'




다보탑. 

유명하다.

교과서에서 봤었나? 

그런데 왜 중요하지? 

건축 양식이 독특한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즘같은 세상에선 쉽게 만들 수 있는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앞섰나보다.

전기 동력 도구도, 크레인도 없을 시절 이런걸 만든건 대단한 일이었을 거다... 

이정도 상상이 한계다. 



사진으로 보니 새롭게 느껴진다. 

계단 양옆엔 기둥이 있었네?

저 동물은 뭐지? 해태인가?

생각보다 곡면이 많군...


사진 찍느라 눈앞에 숨쉬는 보물을 놓쳤다. 

안타깝다. 




"아빠 왜 이렇게 부처님이 많아?"

"부처님은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했어. 부처가 된 사람들이 많아서 그래"

성불 하십시오...




많은 사람들의 갈증과 더위를 식혀준 고마운 물. 




거기 서봐 사진 찍자. 

너 나중에 경주 안 가봤다고 우기면 안 돼. 여기 사진 있다. 



분명 수학여행 왔었는데 불국사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사진이 귀할 시절이라 꺼내볼 증거도 없다. 

"나도 찍어죠."



이리와 큰아들. 넌 모르겠지만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노래하는 그룹이 있었어.

우리도 할 수 있어. 아빠와 아이들. 좀 진부한가? 



푸름이 좋다. 

너도 푸르고 자연도 푸르다.




우애.

형재 사이의 정과 사랑. 


참된 사람이 되거라.

우애 깊은 형제가 되거라.

태어날 막내동생과 세 형재 깊은 우애로 서로 힘이 되거라.




가지를 뻗고 잎을 거느린 단풍.

다복하다.

곁에 나무들과 조화롭게 자라는 네 뿌리는 서로 손을 잡고 있으리라 상상한다.


너한텐 소중한 빛인데 우린 덥다고 원망만 늘어놨네.

갈게~ 잘 있어.



석굴암. 

와이프는 차에서 에어컨 바람 쐬시기로 한다. 

임산부가 이정도 따라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가자! 아빠와 아이들.




뎅뎅~! 입구 종도 치고 석굴암 입구다.

가까운가? 먼가?

들어가기 전엔 모른다.



그늘이 시원한 길이 우릴 인도한다. 

녀석 힘도 좋다.

긴 여행 피곤할만도 한데 웃음이 그치질 않는다.

고맙다 네 미소. 

힘이 불끈 솟는다.



뭐지? 



다람쥐네. 녀석들 사람과 적당한 거릴 유지하며 관광객들을 관람한다.

어릴적 외갓집에서 막내 삼촌이 다람쥐 앞에 올가미를 만들고 유인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다람쥐들은 이런 구멍을 좋아해서 금방 뛰어들거야. 

결과는 실패.

그때의 긴장감은 선명하다. 

다람쥐를 만지겠구나.

다람쥐의 호흡. 

올가미의 접근.

두근두근.

어... 갔네.



어디서 그 좋은 막대를 구했니?

몰랐다. 네 손에 막대를.

사진으로 알아챘다. 


사진 때문에 못 알아챘는데 사진때문에 알게됐다.

아이러니하다. 그치?



석굴암.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TV에서 봤을 땐 거대해 보였는데 눈으로 보는 거랑 다르다. 

이마에 박힌 보석. 그게 해가 뜨면 빛난다는 이야기. 

그 짧은 지식으로 만나러 간 석굴암. 

기억력이 좋은 아빠였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을텐데 아빠 지식은 한없이 얕다.

네가 크면 더 배워서 오너라.

동생들을 데리고 와도 좋고 친구들과 와도 좋겠다. 

그러곤 아빠한테 들려주렴. 

석굴암 이야기를 .

아빠가 모르는 더 많은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이 달렸다.

다 다른 이야기를 간직한 주인공들.

누구는 출세를, 누구는 자식의 앞날을 염려했을 것이다. 

소망은 왜 두려움에서 비롯될까?

기대와 믿음에서 생겨난 소망은 왜 드물까?

내 소망은 뭘까?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일까?

누가 우리 이야기를 읽을까?


유독 궁금증이 맣이 생기는 여행이다.



이제 400일 정도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둘째가 주저앉는다.

"널 안고 다닌 아빠도 말짱한데 왜 네가 주저앉냐?"

아직 언어가 모자라 자기의 이야길 들려주지 못해 아쉽구나. 

가자 엄마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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