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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보강토 덧대기 시공, 최고 난이도 뚫고 넓은 마당 만들기! #주말에 혼자 집짓는 아빠

by onHappy 2021.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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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야에 집을 짓다보면 별별 일이 다 생긴다. 

  • 차가 못 올라와 건축 자재를 손으로 운반하는 건 다반사요, 공사를 하기로 한 업자들이 도망가는 일도 발생한다. 

월요일 아침,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 

점잖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 보강토 회사였다. 

현장 왔는데 도저히 일이 힘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래 이제 놀라지도 않는다. 어느정도 예상 했던 일이다. 

계약하러 왔던 젊은 친구가 조금 순진해보였다. 

보강토 시공이 시작됐다. 기존 뚜껑과 보강토 한 단은 철거, 나중에 다시 시공한다.

철회의 내용을 들어봤더니 경사가 너무 높고 보강토와 잡석 등 자재를 모두 다 소운반해야 해서 

계약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미 보강토도 다 오고 포크레인 2대와 잡석 실은 차까지 와 있는 상황이라 했다. 

알겠다고, 아쉽지만 어떻게 하냐고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게 계약서의 힘이다. 

건축 관련이던 토목 관련이던 무조건 계약서는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업자가 일, 도급비용 등을 떠넘기고 잠적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조금 후 보강토블럭 제작 회사와 잡석 싣고 온 25톤 기사님께서 차례대로 전화를 주신다.

자재를 부리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어찌해야 하냐며 한숨을 푹푹 쉬신다.  

난 건축주고 보강토 시공 관련은 보강토 사장님과 계약을 진행, 일임했으니 그쪽과 논의하시는 게 맞겠습니다. 

회사에 출근해 전화를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보강토 사장님께서 전화를 주신다. 

 

계약금 돌려드리겠습니다.  
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이 진행한다고, 대신 증액을 해야 한다고 말해야 되는 게 아닌가??

그냥 가시면 보강토 주문하신 거랑 잡석이랑... 손해가 막심하실텐데요....
괜찮습니다. 저희쪽에서 경험 없는 직원이 나가 견적이 봐서 실수한 거라서요 우리가 감당해야죠... 

 

음... 강적이다. 나도 순둥순둥이라 물러 터졌다는 소리도 많이 듣던 사람이었지만

건축을 경험하면서 산전수전을 다 겪어 웬만한 우는 소리엔 까딱 안 하는데 이 분은 진심이시다.

차분하며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에 내 마음이 조금은 약해졌다. 

 

'그래... 내가 봐도 하루엔 못 끝내는 일이었어. 계약하러 온 젊은 친구가 일을 너무 쉽게 판단했지.'

 

자재 실은 차가 못 올라와 소운반했던 경우가 처음이 아니기에 추가 비용을 대략 상상할 수 있었다. 

게다가 조금있으면 장마가 시작된다. 그 전에 어떻게든 끝내야 한다.

게다가 추가비용을 주어도 다른 업체의 견적가를 넘지 않는다. 

 

장마 전에 끝내야 하기도 하는데... 추가비용 드리고 일을 진행하는 게 어떨까요? 사장님도 손해 안 보시고요.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금액에 공사 재개에 응해주신다. 

 

바로 휴가를 내고 천천히 현장으로 향한다.

우선 멀리에서 현장 진행 사항을 체크한다. 

우아... 포클레인이 두 대에 화물차에... 오랜만에 큰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지금 가봐야 일에 방해만 된다. 전화가 안 오는 걸 보면 내가 필요 없다는 거다.  

회사일을 처리하고 밥도 먹고 천천히 현장으로 간다. 

통화로 서로 짜증 한 번 안 냈기에 보강토 시공 사장님과 웃으며 대면한다. 

보강토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드는 9mm로 기존에 시공됐던 6mm보다 튼튼해졌다. 

대략 브리핑을 듣고 나는 화장실 공사하러 실내로 들어가 정신없이 일을 진행했다.

건축주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이유가 없다. 그분들이 전문가다. 

건축주는 표준 시방서 대로 하자없이 잘 진행되는지만 확인하고 완공 후 대금을 지급하면 된다.

 

화장실 벽은 태고합판으로 먼저 시공했다. 이 위에 시멘트보드가 세로로 시공된다. 

음료수를 준비했기에 쉬는 시간만 기다리는데 이분들 쉴 새 없이 일한다. 

나중에 이유를 물어보니 우리 현장에서 하루를 까먹어 

다음 현장 공기가 여유롭지 않아 무조건 이틀만에 끝내려 열심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쌓아 올린 보강토 물량은 52제곱미터.

그러나 기존에 설치된 보강토 중 최상단의 보강토 뚜껑을 제거하기 위해 연결된 보강토를 함께 철거, 

분리 후 다시 시공을 해야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소운반에 허비된 시간도 상당했다.

안 쉬고 일을 하는 통에 나까지 갈증을 경험하며 화장실 벽체 작업을 이어갔다. 

시공완료! 마당이 두 배 넓어졌다. 진입로엔 우기 토사 유출을 막아보려 보온덮개를 깔았다. 

다음날은 회사 출근으로 현장에 가보지 못했다.

전날 이분들 작업하는 모습을 관찰해보니 그리드에 잡석 롤러다짐까지 FM대로 시공하신다. 

무엇보다 사장님의 믿음직스러운 행동과 말씀에 건축주의 감시는 불필요해보였다. 

점심부렵이면 끝나겠지 생각했지만 퇴근무렵 이제야 끝났다며 전화가 왔다. 

달려가보니 모두 철수하고 드넓은 마당터가 펼쳐져있었다. 

보강토 시공 자리 뿐 아니라 바당의 전체적인 평과 남은 자재 정리, 

주변 토지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물길 작업 등 

동네의 자잘한 토목까지 끝내고 소리 소문 없이 철수하고 보강토 팀은 없었다. 

250평인데 좁다.... 라고 느꼈던 부지가 공사 후 그 넓이를 뽐냈다. 

그동안 마당이 반쪽이었는데 이번 공사로 두 배 넓어졌다. 진작 할걸 왜 일년을 미뤄뒀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이제야 전원주택 부지로 딱 좋다는 250평 크기의 땅이 실감난다. 

보강토 시공 높이가 4.8미터, 뚜껑까지 4.9미터다. 

위에서 내려보니 아찔하다.

안전펜스가 당장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집짓는 아빠 옆에서 놀테니까...  

 

울타리 업체를 알아보니 이또한 가격 편차가 심하다. 

같은 디자인에 같은 물량인데 30%정도 가격차이가 난다. 

문의 중 알게 된 사실인데 디자인 휀스라는 게 있었다. 

아... 우리 집 앞 타운하우스 담장이 가벼워보이더니 그거였군...  

마음에 드는 디자인으로 문의하고 가장 싼 곳으로 결정. 구두계약을 진행했다. 

다음 주말이면 펜스도 시공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점점 집이 완성되어 간다. 인테리어는 아직 멀었지만... 

 

이번 보강토 공사팀에 대한 평가는 다음과 같다. 

  • 성실하다. 
  • 꼼꼼한 계약서를 채결한다.
  • 믿을 수 있는 사장님이 팀을 운영한다.
  • 시공 후 동네 작은 민원도 해결해주신다.
  • 다양한 장비를 보유, 튼튼하게 시공한다. 
  • 자부심이 있는 팀이다. 

이제 다시 내 일인 집짓기로 돌아가자면

다음과 같은 체크리스트가 남아있다. 

 

이번주엔 천정 합판과 석고보드는 시공할 예정이다.

천정고가 높은 오픈 거실이라 엄두를 못 냈는데 도와준다는 선수가 있어서

이번 주말 드디어 경사천정이 석고보드로 시공 된다.

서서히 주방 싱크대와 욕실 변기와 세면대, 욕조를 알아봐야겠다. 

화장실도 시멘트보드 시공 후 타일 업체를 수소문 할 예정이다. 

거실 천정에 라인조명을 주문해야 된다. 

다락방 조명을 다운조명으로 할지 라인조명으로 할지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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