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혼자 집짓기. 흙을 왜 퍼줘서 돈 주고 살까나? 그래도 은인이 계셨네

by onHappy 2021. 5. 4.
반응형

땅을 파기 시작한 건 2018년.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 

당시 우리 터는 흙은 거의 없고 돌이 90%가량 있는 땅이었다. 

마당 끝자리가 1.5미터 가량 낮게 경사졌다.

그 돌도 다 쓸데가 있다고 건축 선배들은 말씀하셨지만 

난 동네 주변에 미술관을 짓는 형님의 부탁으로 대부분의 돌을 반출하고 말았다. 

워낙 바쁜 시간을 보내던 터라 전화로 승락했고 상대는 80퍼센트 정도의 돌과 흙을 가져가셨다. 

헐... 

 

흙을 구할 곳도 막막하고 살 곳도 막막하던 참에 우리집을 짓는데 큰 도움을 준 세명의 히어로 중 한 분인 

포크레인 형님께 흙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두어차레 드렸다. 

아! 세 명의 히어로??? 차차 밝힐것이다. 두둥~

 

아래 부지에 흙이 쌓이기 시작했다.

어느날, 포크레인 형님께 연락이 왔다. 흙은 갔다놨으니 화물 운반비만 입금하라는 거였다.

처음 4차는 5만원씩 드렸다. 

나머지 흙은 어쩔 수 없이 흙값까지 지불, 총 120여 만원이 들어 12대분의 흙과 잡석이 올라오게 됐다. 

돌땅이었던 우리 터가 드디어 보슬보슬한 흙이 충전된 마당으로 변모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번듯한 화강암도 너댓개가 딸려왔다. 돈 주고 사면 족히 십만원씩은 줘야 할 그런 돌이었다. 

 

 

 

마지막 흙이 들어오던 날 나는 남은 세라믹 사이딩으로 뻐꾸기창 벽면을 시공했다.

 

뻐구기창 벽면 시공엔 벽체를 시공하고 남은 세라믹 사이딩을 썼다. 삼각형 계산 어플로 대각의 길이를 알아내 하단부터 시공, 어라?? 좀 짧네?? 초짜는 이런 데서 티가 난다. 

 

드디어 주말, 포크레인 형님께서 일을 도와주신다고 오셨다. 

장비는 주말에 쉬는 게 원칙인데 시간이 없던 형님은 주말을 이용해 우리집 일을 거들기 위해 오셨다. 

일머리를 워낙 잘 아시기 때문에 내가 관여할 것은 없다. 지시에 따라 삽질을 하고 물건을 옮기고 흙이 올라올 공간을 정리했다. 

우선 옆마당부터 흙이 올라왔다. 아래터에 수북히 쌓인 흙을 밟고 올라선 장비는 연신 흙을 퍼올리기 시작했다. 

포크레인 형님의 작업 지시로 배관을 연결했다. 금방 배관 위로 흙이 덮히고 땅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에서 정화조까지 골이 파였던 터가 포크레인의 힘으로 반듯한 땅이 됐다. 이 땅에는 잭큐몬티자작나무를 심을 예정이다. 씨앗을 구입, 아파트 베란다에서 발아를 시도 중인데 올해 봄이 추운 탓인지 아직 소식이 없다. ㅠㅠ

 

 

땅이 골라지자 두 배는 넓어보였다. 여기에만 한 차 분의 흙이 들어왔다. 배관자리만 메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평을 잡아두니 더 넓게 느껴졌다. 정화조는 너무 낮아서 추후에 주름관을 이용해 뚜껑을 올리고 흙을 메꾸기로 한다. 

 

하루 반의 작업으로 마당이 엄청 높아졌다. 이 흙은 보강토를 1.3미터 추가 시공하고 뒤채움을 하기 위해 절반 이상이 바시 낮아질 예정이다. 오른쪽 사진은 거실로 다니기 편하게 돌을 옮겨 둔 사진이다. 형님은 배려함이 남다르다. 

 

종전보다 60cm가량 높아진 마당. 절반은 다시 뒷채움으로 들어갈 예정이라 최종 30cm정도 복토가 됐다. 
낮은 마당끝 자리는 옹벽을 칠 수도 있기에 철근도 옮겼다. 

이제 마당 끝을 높여야하는 과제만 남았다. 1.5미터 정도 높여야 하는데 옹벽으로 할지 보강토로 할지 고민하다 결국 보강토로 결정했다. 제곱미터당 11만원에 성실시공하는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약 한 달 후 시공 예정이다. 높이는 1.3미터로 결정했다. 기존 보강토 높이가 3.7미터라서 5미터를 초과하지 않기 위함이다. 

옹벽을 치던 보강토를 쌓던 뒷 공간을 만들어야 함은 필수다. 포크레인이 파고 난 삽으로 마무리를 한다. 형님은 보강토 하나 안 건드리고 완벽한 터파기를 해내셨다. 

두둥. 터파기 완료. 이제 저 자리에 잡석을 채우고 보강토를 더 올리면 마당자리가 완성된다. 

터파기가 끝났지만 포트레인 형님은 자리를 뜨지 않는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해 터파기 후면의 경사면을 꾸우꾸욱 눌러주셨다. 거기에 장비 차량이 편하게 들어오라고 다시 평을 잡고 땅을 눌러주었다. 

꼼꼼함이 여태 경험한 다른 기사님들과는 남다르다. 

 

이 글의 핵심을 아래와 같다. 

1. 집 짓기는 여유를 갖고 진행해야 한다. 시간에 쫒기면 마음도 어지럽고 주머니도 빨리 비게 된다. 

2. 실력있는 자를 만나 성심을 다 하면 상대고 마음으로 도와준다. 큰 일을 도모하려면 이런 은인이 필요하다. 

반응형

댓글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