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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전원주택 건축, 시작은 설계. 스스로 해야 가족에게 딱 맞는 집이 탄생한다.

by onHappy 2021.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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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엇부터 고민해봐야 할까?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라 다음과 같은 고민의 우선순위를 제안한다. 


1. 왜 - 나 또는 우리는 왜 전원주택을 원하는가?

2. 언제 -우리는 언제 전원주택을 건축할 생각인가?

3. 어디에 -어디에서 살 것인가? 

4. 어떻게 -주말용인가 살림집인가? 철콘으로 지을 것인가? 목조로 지을 것인가? 


4번 항목은 끊임없이 연장된다. 건축에 필요한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고 설계, 시공은 누구에게 맡겨야 할지 고민된다.

 

이번 글은 '설계'에 포커스가 맞춰졌으므로 세부항목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뤄보자. 

3번까지 어찌어찌 왔다면 4번 항목을 진행하며 '설계'를 해보자. 

 

집은 스스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이유는 이 글의 제목을 참고하면 된다. 

가족이 함께 설계에 참여하면 그 집은 가족에게 딱 맞는 옷이 된다. 

가족 개개인의 욕구가 반영되어야 불만없는 집이 된다. 

 

그런데 설계는 어떻게 하는 거지? 

 

빈 종이를 놓고 직사각형을 그린다. 대부분의 집은 직사각형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사각형 안에 벽을 세운다. 직선을 그리면 그게 벽이 된다. 

단층이면 금방 서너개의 레이아웃이 탄생한다. 

가족이 달라붙으면 수십장의 레이아웃이 쏟아진다. 

구체적인 수치는 당장은 접어두자. 

중요한 건 여자가 편한 집이라야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리더라도 금방 커서 집 비울 시간이 많아진다는 걸 감안,

엄마의 동선을 최우선으로 둔다. 

 

우리의 경우 15평의 집에서 출발했다. 세컨하우스로 쓸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설계를 거듭할수록 앞으로 지어질 집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결국 25평의 집으로 귀결됐다. 그 사이 그려진 설계도면은 100여장 가까이 됐다. 

 

종이로 그린 도면 중 최종 후보로 서너장을 뽑아본다. 

이제 구체적인 수치를 대입해 설계도다운 설계를 할 차례다. 

가족이 함께 달라붙어 설계를 하기엔 스마트폰 어플이 좋다. 

아이가 조금 크면 수월하게 다루기 때문에 함께 설계를 진행하며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우리집이 선택한 건 Home Design3d라는 어플이다. 

이녀석을 고른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두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구동되고 쉽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많은 프로그램과 어플이 있으니 편한 것으로 시작하자. 

home design 3d 터치로 쓱쓱 설계를 할 수 있다. 

 

큰아들, 나, 와이프 세사람은 함께 모여 이 프로그램으로 수많은 설계를 진행했다. 

방을 만들었다 지우고 화장실을 여기저기 옮기길 여러 차례. 

드디어 가족이 만족할만한 설계가 나왔다. 

 

계단 아래 화장실. 

홈디자인3D가 편한 건 여러 가구와 집기를 배치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방, 화장실에 싱크대와 변기 등을 배치하면서 공간의 상대적 크기를 감안할 수 있다. 

이건 굉장히 큰 장점이다. 공간만 보면 그 공간이 좁은지 넉넉한지 가늠하기 어렵다. 

 

주방. 싱크대와 냉장고 등을 배치하며 공간의 크기를 가늠한다.

이렇게 프로그램을 통해 설계를 하면 3d로 공간을 볼 수 있게 되고 조금 더 구체적인 느낌으로 공간을 설계하게 된다.

 

현관자리. 이정도면 넉넉할까? 조금 줄이고 다용도실을 넓힐까?

이 크기로 정하는 게 정말 정답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설계사무소에서 인허가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손길을 거치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듬어지게 된다. 

설계사무소의 설계가 완료되더라고 시공 중 어느정도 조정이 가능하다.

아무것도 없는 땅에서 기초를 만들기 위해 줄을 띄우고 기초가 완성된 후 벽체가 설 자리를 표시하면서 건축주가 관여할 틈이 생긴다. 

 

우리집은 목수와 나, 둘이 건축을 진행하며 설계도에서 1~10cm정도씩은 실생활에서 더 편리한 방향으로 조정하면서 집을 세워나갔다. 즉, 우리 스스로 세우는 설계 계획은 90%정도로 완성하면 충분하다는 뜻이다.

 

내 경우 직접 건축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조금 더 구체적인 설계프로그램이 필요했다. 

낮엔 집을 지었고 밤엔 스케치업을 공부했다. 그마저도 부족함을 느껴 치프아키텍트를 공부했다. 

다행히 프로그램에 친화적이라 열흘 정도 지나자 어느정도 다룰 정도가 됐다. 

 

치프아키텍트를 언급하는 이유는 목조주택을 지을 때 꼭 필요한 계산을 해주기 때문이다.

내 집이 철콘이나 판낼이라면 아래 글은 안 읽어도 된다. 

 

치프아키텍트의 장점

1. 자재산출.

건축에 '건'자도 모르는 사람이 건축을 시작했다. 목재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유튜브 영상을 하도 많이 봐서 2x6 2x8 등의 목재 쓰임새와 킹스터드, 코더, 헤더 등의 쓰임새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자재 산출은 엄두가 안 났다. 

그러나 치프아키텍트로 설계를 하면 자재를 정확히 계산해준다. 

덕분에 골조가 끝난 우리 현장에서 돌아다니는 목재와 합판은 전체 주문양의 3% 남짓이다. 

 

2. 구체적 설계도.

건축사무소에서 목조주택 골조까지 설계를 해주는 경우는 드물다.

목조주택의 경우 헤더를 짜고 스터드를 세우는일이 초보자에겐 엄두가 안 나는 일. 

그러나 치프아키텍트는 창문과 문 등 개구부의 위치를 잡아주면 스터드 설계도면을 뽑아준다. 

덕분에 초짜가 목조주택의 뼈대를 짤 수 있었다. 

  

설계도면을 보며 젊은 목수와 나, 두 사람이 집을 지어나갔다. 

 

이렇게 설계도면대로 뼈대를 세우고 합판을 붙였다.

이중지붕을 씌우고 계단을 짰다. 

골조를 짠 건 지난해 6월.

지금은 주말마다 내부 합판을 붙이며 석고보드를 붙이는 중이다. 

 

혼자 일을 하고 있으면 이런 저런 분들이 방문하신다. 

우리 집을 보면서 다들 부러워 하는 공간이 바로 넓은 주방이다. 

남쪽 창을 통해 멋진 뷰가 펼쳐지는 주방. 바로 뒤로 다용도실과 연결되는 남동쪽 노른자 위치에 자리잡은 주방은 많은 반대 의견을 뚫고 이뤄낸 우리 가족의 성과다. 주방이 남쪽에 있으면 안 된다는 조언들은 참 많았다.

전원 주택의 현관자리는 해가 안 들어야 좋지 않나? 주방이 훤하면 좋지~ 이게 우리 가족의 생각이었다. 

 

각자 원하는 집을 그려보자. 집은 가족이 함께 그려나가는 것이다.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는 중. 시간이 많으니 마음이 여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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