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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전원주택 1년 생활기, 직접 느낀 장단점 솔직고백

by onHappy 2021.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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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주말마다 전원주택을 짓고 있지만 그 시작은 전세로 시작한 전원생활이었습니다. 

흔적을 찾아보니 모 시골살이 관련 카페에 2018년에 올린 글이 남아있네요. 

다시 찾아 읽어보니 대충 읽을만하게 쓰여있어 블로그에도 옮겨봅니다. 

전원생활을 꿈꾸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원주택에서 사는 게 꿈이라서 대학때부터 노래를 불렀죠.

결혼하고 10년 동안 노래 불렀더니 알았다고 이사가자고 합니다. 

다행히 아는 지인께서 도시와 가까운 곳에 전원주택을 전세로 내놓으셔서 살게 됐습니다. 

샌드위치판넬 집인데 화목난로가 있습니다. 겨울이면 온가족이 거실에서 자는데 구들장 벽난로라

장작넣으면 바닥이 뜨끈뜨끈 아주 좋은 집입니다.

 

 

2년 전세를 선택한 이유는 미리 경험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후에 어떤 집을 어디에 지을지 미리 살아보고 결정하자는 취지였죠. 

물론 와이프를 설득하기 위한 게 가장 컸습니다. 

반대만 하지 말고 경험해보자. 

 

 

도시 외곽 시골에 주택에 살다보니 장단점이 확연히 나타납니다. 

지금부터 적어보려 합니다. 

 

일단 아이들 통학이 어렵습니다. 

밑에 어떤 분이 인구절벽에 대해 설명해두셨는데 걱정할 게 아니라는 답글들이 많더군요. 

걱정해야 합니다. 

동네 학교들이 사라졌습니다. 

지방 도시에 있는 학교들 학생수는 반토막이죠. 남는 교실 수두룩....

아이들 통학 웬만한 농촌에선 걸어서 불가능합니다. 

 

통학 말고도 걸림돌이 또 있습니다. 

아이들 친구가 없다는 것입니다. 

40대 초반이라 아이들이 어린데 놀 친구들 찾기가 어렵습니다. 

집에 오면 심심해 죽어라 하는데 놀아주기가 만만치 않네요. 

 

그 다음은 마당관리네요. 

겨울에 이사와 이제 1년 2개월 됐는데 봄이 오면 그렇게 좋더군요. 

따뜻한 기운에 새들은 날아다니고 땅에선 날마다 새로운 꽃들이 만발하고....

이제 그만 났으면 좋겠는데 풀은 계속 나고 다음날 또 나고....

 

 



 

텃밭도 일궈봤습니다. 상추도 심고 고추도 심고 가지며 호박이며 당귀에 토마토까지....

뭐 결과는 예상하시겠지만 시간 없어 관리 불가입니다. 

고추는 그럭저럭 따서 장아찌도 담고 상추도 잘 먹었는데 

조금 관리 안했더니 깻잎이 사람 키높이로 자라 밀림을 만들어버리더군요. 

노린재 천국이 되었습니다. ㅠㅠ 

 

그렇게 마당에서, 텃밭에서 해뜨고 해지는 시간동안 허리 안 펴고 풀뽑다보면 

뭔가가 다리를 뭅니다. 

 

모기, 그리고 깔따구

 

모기 물린데는 참을만한데 깔따구는 일주일 이상 간지러워 죽습니다. 

그렇게 풀과 모기와 지네와 싸우다보면 가을이 옵니다. 

기름 보일러의 계절이죠. 

기름 엄청 먹습니다. 벽난로 장작 주문합니다.

 



 

아는 동생 집이라 3루베 장작 시키는데 꼭 혼자 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나르면 안 도와줄 수 없습니다. 

꼬박 반나절을 나르면 온 몸이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듭니다. 

이제 겨울이 와도 괜찮습니다. 

 



 

정말 눈이 옵니다. 엄청 쏟아집니다. 

목포에서 4륜차만 고집합니다. 

2륜으론 동네에서 나갈 수 없습니다. 

이번에 새로 집 지어서 새로 이사 오신 분들 겨울 내내 걸어다니시다가 며칠은 모텔 생활 하십니다. 

평창만큼 눈이 오는 곳이 목폽니다.

 

마을에 할머니들만 가득 계십니다. 

문제는 우리집이 할머니들이 경로당 가는 주요길목이라는 겁니다. 

5~60미터 정도 되는 마실길에 길을 뚫어줘야 합니다. 

 

군대에서 제설작업 끝난 줄 알았는데 마을에서 시작입니다. 

경로당부터 그 아래 100미터 구간은 70 넘으신 아버님께서 길을 뚫고 계십니다. ㅠㅠ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집에 외풍이 들어옵니다. 

라이터로, 촛불로 어디에서 부는 바람인지 찾아보려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누우면 어디선가 바람이 붑니다. 

그렇게 겨울이 지나갑니다. 

 

 

람만 살던 집이 동물농장이 되어갑니다. 

 

 

개가 일곱입니다. 

아.... 이를 어쩝니까? 

집에서 버는 사람은 혼잔데 식구는 계속 늡니다.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고슴도치를 원합니다. 

 

 

친구도 없는 데 이런 낙이라도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변해 어쩔 수 없이 데려옵니다. 

일주일도 안돼 신경 안 쓰니 엄마 아빠 일만 늘어납니다. ㅠㅠ

 

아.... 전원주택 정말 어렵습니다. 

 

글이 이렇게 끝나면 전원주택 살면 안되겠다 싶겠죠? 

 

이제부터 장점입니다. 

 

아이들 정서에 좋습니다. 

집에서 농구하고 칼싸움 합니다. 춤추고 노래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5월만 돼도 마당에서 물받아놓고 물장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동물들과도 어울리니 즐거울 거라고 부모는 위안을 삼을 수 있어 좋습니다.

차조심해라 모르는 사람 조심해라 뛰지 마라.... 이런 소리 안 하니 좋습니다. 

대신 핸드폰 좀 그만 보라는 말은 도시나 시골이나 공통사항이네요. 

 

계절을 온 몸으로 체감하며 삽니다. 

 

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매미가 울어대고 가을이면 텃밭에 작물들 수확하고 겨울이면 눈 쓸고... 

계절마다 느껴야 할 것들이 차고 넘칩니다. 

도시에선 계절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개의치 않았던 게 여기에선 이미 피부에 와서 노크하고 있습니다. 

아침이면 새의 지저귐이 알람을 대신하고 떠오르는 해가 아침을 열어줍니다. 

비가 오면 커피가 마시고 싶고 눈이 오면 음악을 듣고 싶어집니다. 

 

TV를 치우고 프로젝터와 스피커를 놨습니다. 

바람이 불면 피아노 곡을 틀어두고 해가 지면 가족이 함께 영화를 봅니다. 

물론 소리는 영화관처럼!!

 

 

이웃의 소중함도 배웠습니다. 

건너편에 사는 형수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밑반찬을 해주십니다. 

윗집 형님은 몸에 좋은 한약을 분기별로 챙겨주십니다.(한의사)

맛있는 게 생기면 항상 나눠먹고 좋은 계절이면 함께 식사하는 게 즐거움입니다. 

잘 익은 감 땃다며 나눠주시는 것도, 갑작스런 비에 널어놓은 빨래 개어두었다고 문자 오는 것도 정이더군요.

함께 차 한잔 나누며 구름 흘러가는 구경 하는 게 재미있는 일인 줄 그 전엔 잘 몰랐는데 말입니다. 

 

 

집에 가면 고쳐야 할 것이 줄을 섭니다. 

페인트칠도 해야하고 하수관도 뚫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잔디라도 깍아야 하고 재활용도 아파트와 다르게 미리 분리해둬야 합니다. 

혼자는 힘듭니다. 부부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멍멍이 답답해하니 산책도 시켜줘야 하니 와이프 손잡고 산책합니다. 

산책길은 항상 같은데 매일 다릅니다. 

눈 녹은 자리 매화가 먼저 피더니 후두둑 이름모를 꽃들이 방실방실 웃어댑니다. 

벼가 자라고 잠자리가 날아다니다가 코스모스가 피고 백일홍이 흐드러집니다. 

하늘에 총총 밸이 떠있어서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또 좋습니다.

눈이 솔솔 내리는 날도 좋고 부슬부슬 비가 내려도 좋습니다. 

손잡고 걷는 날이면 그냥 좋습니다. 

 

소비도 줍니다.

마트도 멀어지니 가는 횟수가 줄어듭니다. 

웬만한 채소는 텃밭에 있으니 덩달아 소비도 줄어듭니다. 

술집도 멀어 친구가 불러도 못 나갑니다. 

자꾸 안 나가니 잘 안부릅니다. 

대신 한 번 나가면 대리운전비가 많이 나옵니다. 

이놈에 술 언젠가 끊어야 하는데 자꾸 만드니 마셔야 합니다. ㅎㅎ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배고파서 이만 줄입니다. ㅎㅎㅎ

 

결론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아서 예쁜 땅 샀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그 땅에 예쁜 집 지을 계획입니다. 

여기 카페에서 많은 도움 받을 예정입니다. 

미리 감사드립니다. 

천천히 배워가며 준비해보렵니다. 

 

추운 겨울 감기 조심하시길 바라며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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