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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언덕위에 집은 짓지 마세요! 집 지으면서 개고생했던 기억 끄집어내기. 이래서 10년 늙는구나. # [주말혼자집짓기]

by onHappy 2021.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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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면서 개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 기록하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 글이 언덕 위에 하얀 집을 꿈꾸는 분들과 집 짓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사전에 알아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첫 벽체가 세워지는 감격!! 그러나 언덕위 집짓기는 너무 힘든 과정의 연속이다.

1. 허가. 

지번이 나눠진 임야를 구입했다. 가장 윗 터였다. 소나무와 잡목이 우거졌고 산림담당 공무원은 절대 안 된다고 버텼다. 

몇날 며칠을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허가가났다. 

우리집이 도로 끝집이라 먼저 착공이 들어가야 아랫집 착공이 된단다. 법이 그렇게 되어있었다. 천천히 건축하려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아랫집은 건축을 시작해야 했다. 팔자에도 없는 건축이 이렇게 시작됐다. 

 

2. 토목1.

포크레인 기사님을 잘못 만났다. 동네 지인이었는데 그분이 만든 석축은 나중에 다 허물고 다시 쌓게됐다. 베어낸 나무도 마당터에 묻어버려 다시 다 파내야했다. 터파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장비값이 하루에 200만원씩 나갔다. 돌산이었기에 거의 한 달 돌을 깨나갔다. 최근 함께 작업하는 포크레인 기사님은 돌 깨는 속도가 두 배는 더 빠르다. 장비를 비슷할지 몰라도 사람에 따라 일의 차이는 극에서 극이다. 

 

3. 토목2.

보강토를 쌓는데 처음 높이를 잘못 잡았다. 마당 절반이 경사가 지는 이상한 모양이 됐다. 최근 그 위에 보강토를 더 시공해 평평한 마당을 얻을 수 있었다. 부지 뒤쪽 석축도 경계보다 많이 들어온 모습이 됐다. 이 역시 포크레인 기사님의 역량에 달렸다. 너무 강한 암이라서 못 깬다는 말에 고갤 끄덕였는데 최근 도로를 낮추며 보니 포크레인이 충분히 깰 수 있는 암이었다. 

 

4. 토목3. 

항상 도로가 문제였다. 경사가 너무 심해 자재차량이나 레미콘, 펌프카 등이 올라오는 데 애를 먹었다. 손으로 운반한 자재가 50%는 될 거다. 인부를 따로 안 썼으니 거의 나, 그리고 큰아들이 주로 옮겼다. 가장 애를 먹었던 건 가설재를 일일이 옮길 때. 정말 죽는 줄 알았다. 80미터 진입로를 땀을 뻘뻘 흘리며 100번 정도 왕복했다. 

 

5. 토목4. 

전기와 수도가 필요했기 때문에 도로 아래 터를 파고 묻었다. 우리터 밑으로 이어진 도로는 기부채납을 해 포장이 됐지만 우리 터는 포장을 함께 하지 못했다. 우수를 처리할 맨홀을 묻고 포장을 해야 됐기 때문. 다행인 건 최근 맨홀 대신 플륨관을 묻으면서 작년에 묻어둔 300미리 관과 연결했다. 그 과정에서 전기선과 수도를 파손없이 다시 파내야했다. 다행히 무사히 파낼 수 있었고 작업을 하면서 가파른 진입로 경사를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었다. 

 

6. 토목5.

못 올라오는 차량이 많았기 때문에 소운반비가 많이 들었다. 마음고생도 심했다. 석축을 싣고 온 25톤 트럭이 도저히 올라갈 수 없다며 돌을 마을 공터에 부리고 갔다. 이장님이 도와주셔서 돌을 놔두긴 했지만 그 돌을 나르는 꼬맹이 트럭 비용이 돌값보다 많이 들었다. 보강토 공사도 마찬가지. 포크레인으로 일일이 보강토와 잡석을 날라야했다. 그 비용이 지갑을 헐렁하게 만든다. 거기에 운반하며 떨어진 돌 조각화 흙덩어리를 치우느라 물차도 불러야했다.  

 

7. 타설

콘크리트 타설엔 레미콘이 필요하다. 펌프카가 있다지만 그것도 길이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레미콘 차량이 어느정돈 들어와줘야 한다. 경사가 심한 진입로다보니 별의 별 일이 다 생긴다. 레미콘이 쏟아지기도 하고 헛바퀴를 돌며 앞바퀴를 들어버리기도 한다. 최근 레미콘 차량이 진입하다 연료통이 파손돼 현재 분쟁이 진행 중이다. 가파른 경사는 건축의 적이다.

 

8. 민원

우리 현장은 큰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저 장기간의 터파기로 온 동네가 푸레카(?)소리로 거의 한달 동안 시끄러웠다그때문에 동네에서 작은 민원을 제기했지만 거의 끝난 시점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장마철 우리 터에서 넘치는 물로 인접 밭이 물바다가 됐고 비포장인 도로로 인해 토사가 쓸려나가 도로가 흙천지가 됐다. 마을 주민들이 참아줘서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 

 

9. 주차

마당으로 주차장을 계획하면 모를까 진입로 끝 상단에 주차창을 계획하다보니 세워둔 차량이 불안불안하다. 경사가 있어서 혹시나 아래로 내려갈까봐 그렇다. 더 큰 문제는 겨울철 진입로 사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진입로를 워낙 매끈하게 잘 닦아둔 터라 눈이 조금만 쌓여도 진입 불가는 불보듯 뻔하다. 경사가 심하다는 건 걸어서 가기에도, 차량으로 드나들기에도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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