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핑하던 중 발견한 집입니다. 대단히 독특한 외모를 가졌는데요, 글을 읽다보니
'문훈(moon hoon)'이라는 이름이 보여 자세히 살피게 됐습니다.
대전시 유성구에 지어진 집이더군요.
photo by @moon hoon
집 이름이 코난입니다. 아무래도 미래소년 코난이 연상되는데요, 건축가의 의도도 같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마음껏 뛰놀던 풍경 말이죠.
요즘 야외활동하면서 거미를 많이 접해서 그런지 제 눈엔 잘 지은 거미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거미집이 보이면 관찰하는 습관이 있는데 하나같이 안정적이며 균형 잡힌 모습에 한참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강한 바람에도, 웬만한 비에도 끄떡없는 거미줄과 그 가운데 자리 잡고 앉아 요지부동 말없이 기다리는 거미는 참 신비로워 보이죠.
사람 사는 집에 접목해봐야겠단 생각은 못해봤는데 이 집을 보니 기가 막히게 매치시켰다는 생각이 드네요.
photo by @moon hoon
내부를 보면 만화영화 코난이 딱 떠오릅니다. 어디든 뛰어다니며 악당의 손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던 코난과 포비의 모습이 이 집 어디에선가 펑! 하고 튀어나올 것만 같죠.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이 바로 이 불규칙적인 계단 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
모든 공간을 연결해주지만 같은 방식이 아닌 예상치 못한 모양과 방향으로 연결해준다는
불확실성이 모험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하네요.
이런 게 '기치'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photo by @moon hoon
외국인들은 몰라도 한국인은 다 아는 로보트 태권브이가 버티고 있는 공간. 미끄럼틀도 보이는 걸 보면 아이 방이겠죠?
이런 사진 볼 때마다 어서 집 짓고 싶다는 생각이 활활 타오릅니다.
불과 2~30년 전만해도 아파트는 귀했죠. 저 어렸을 때만해도 아파트는 먼 나라 이야기였으니까요.
그런데 이젠 주거문화가 변해 대다수가 아파트에서 살게 됐습니다.
편하죠. 방범에 유리하죠. 그러나 단점도 많습니다.
층간소음에 이웃단절, 불량시공에 주차난 뭐 셀 수도 없을 지경이지만
제가 꼽는 가장 큰 단점은 추억을 삼킨다는 것입니다.
어렸을 때 개랑 뛰고 동네아이들과 마당에서 물 뿌리던 기억들...
겨울이면 썰매를 만들고 여름이면 다라이(?)에서 시원하게 물장난 치던 기억들이
어느 순간부터 사라진 것입니다.
내 집 뿐 아니라 동무들의 집에도 모두 마당이며 다락이 있어 그 공간에서 만들어내던 추억들이 아파트에선 도무지 만들어지지 않더라는 것이죠.
그런 점이 아이한테 미안합니다. 내가 누린 것을 물려주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항상 집을 지어야겠단 생각을 갖고 살아갑니다.
언젠간 코난같은 멋진 집을 지으려고요.
photo by @moon h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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