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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뉴스룸에서 발견하는 한국언론의 저급성.

by onHappy 2013.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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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중 '뉴스룸'이라는 게 있다. 

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뉴스의 소재거리와 그걸 방송으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시즌 1이 끝나고 이제 시즌 2가 시작됐다. 시즌 1이 9.11테러와 미 대선과 같은 사안들을 다뤘다면 시즌2는 대선을 포함한 정치, 월가 시위의 원인이 된 금융 자본의 모럴 해저드, 그리고 뉴스 선정의 신중함을 보여준다. 


가장 감탄스러운 것은 하나의 아이템을 방송으로 내보내기 위해 수 개월간 사건에 대해 수많은 검증을 거친다는 점이다. 심지어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검증단을 만들어 최후의 순간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만든다. 


<뉴스룸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하나의 제보가 또는 하나의 압력이, 또는 하나의 의혹이 그대로 방송에 나가 진실인양 뛰어노는 우리의 언론과 수준차가 나도 너무 난다. 국내 프로리그와 메이져리그의 차이가 아니다. 초등학교 야구부와 프로리그의 차이정도는 벌어져 있을거다. 그저 드라마일 분이라고 비하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가지 봐 온 뉴스를 믿었던 사람들은 언론의 허점, 언론의 비열함에 대해 인정하길 꺼린다. 왜냐하면 미디어에 의해 사람의 가치관이 형성될 수 있고, 미디어에 대한 믿음을 걷어내는 게 자신의 가치관을 배신하는 일과 같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미디어의 거짓에 속는 경우가 다반사다. 뉴스를 보고 흥분하고 화나고 기쁘고 즐거웠던 기억을 주었던 정보들이 사실은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전달된 경우가 다반사란 것이다.  


우리나라 뉴스의 길이는 보통 리포트의 경우 1분 20초 내외다. 짧다. 이 시간은 뉴스를 만드는 입장에선 큰 이득으로, 수많은 검증을 거쳐야 하는 과정을 줄일 수 있다. 흥미 위주의 기사거리로 , 깊이 들어가지 않고 겉에서 핥는 식으로 기사를 써도 문제되지 않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시스템 속에서 뉴스 시간이 길어지는 건 문제가 생긴다. 3분 30초 가량의 뉴스 리포트가 일상화 된 미국 뉴스를 따라가려면 뉴스의 깊이가 훨씬 깊어져야 하지만 그건 보도부에 돈을 대는 경영자들이 그리 좋아하는 일이 아니다. 더 많은 기자와 시간이 들어야 그런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본이 좋아하는 기사는 짧고 강렬하며 자극적인 것이다. 오늘 밤 뉴스를 틀어보자. 얼마나 깊이가 있는 기사들이 있는지. 과거 뉴스는 볼만했다. 긴 뉴스, 이른바 탐사보도에 의해 진실이 벗겨진 뉴스들이 많았다. 길이가 짧더라도 시청자가 알고 싶어하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나 정치권력과 자본에 잠식된 현재 우리의 뉴스는 인터넷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는 그런 정크푸드를 전달할 뿐이다. 


뉴스룸에서 열 명이 넘는 팀원이 수 십번에 걸쳐 검증해 방송한 뉴스가 허위제보에 의한 것임을 알게되자 기사를 철회하고 메인 앵커와 보도국장, 책임 프로듀서는 사임을 하기위해 경영자를 찾아간다. 뉴스의 생명인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떠난다는 것이다. 경영자는 이들을 해고하지 않고 명예를 다시 찾으라는 과제를 준다. 


우리 방송사 수장들은 지금 옳은 말 하는 기자들의 목을 잡아 비틀고 꼭두각시같은 기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호위호식하는 중이다. 

이들에게 멱살을 잡힌 뉴스팀은 썩을대로 썩은, 하수도 냄새보다 지독한 악취를 풍기며 시청자들에게 가치없는 기사들을 내민다. 신뢰는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MBC, 영향력 0.7% · 신뢰도 0.5% '굴욕' - 미디어스> 그럼에도 자리를 떠나기는 커녕 옳은 말 하는 기자와 피디를 색출하는 데 열중한다.

 

4대강 사업만 봐도 모든 언론이 그 잘못을 지적하고 있지만 MB가 정권을 잡던 시절은 달랐다. 언론들은 4대강의 문제점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들에게 거짓을 선전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뉴스를 주무르는 것이다. 


4대강 지지하더니 너도나도 비판…"모두가 달라졌어요!" - 노컷뉴스

비단 4대강 뿐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대부분의 문제를 다루는 시각은 권력자의 시각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언론 기사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연합뉴스 기사를 그대로 베낀 '베끼기 저널리즘'이 판을 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난 달 올해 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신문, 방송에서 보는 기사 중 80퍼센트가 연합뉴스에서 제공받은 뉴스를 수정하거나 그대로 전달했으며 기관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수정 보도한 베끼기 기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기자가 발로 뛰어 발굴한 뉴스는 20퍼센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후퇴는 가속화된다. 미디어의 시청률, 인터넷 접속률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탐사보도보다는 연예인들의 가십거리, 충격적인 사건 보도가 돈벌이에 유리하다. 성정적이며 자극적인 소재만큼 언론사에 많은 광고를 가져다 주는 건 없다. 


바로잡을 힘은 어디에도 없다.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는 권력들은 이미 한 패로 언론이 자신들의 마음대로 주물러 지는 걸 보며 웃는다. 


오직 하나 희망이 남았있다면 다름아닌 국민이 눈뜨고 지켜보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원한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뉴스에서 허위 보도를 하던 추측을 하던 억측을 하던 거짓을 말하던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건 결국 국민들의 감시망에 큰 구멍이 났다는 뜻이다. 진짜 정보를 얻기 위해선 뉴스가 전달해 주는 정보를 덥썩덥썩 물어선 안 된다. 다른 시각으로 비틀어보고 다양한 경로로 정보에 다각적인 접근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가치관은 작은 정보와 경험과 기억들이 모여 형성되고 가치관에 의해 행동하는 걸 인생이라 부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은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민주주의 국가라고 믿는가? 민주주 국가의 국민은 국민을 기만하는 권력들에 히죽거리며 따라다니지 않는다. 


 

올 해 작고한 프랑스 마지막 레지스탕스 스테판 에셀은 그의 책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탐욕과 야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비열함과 저속함에 단숨에 먹히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택한 작은 길에서, 소박한 차원일지라도 끊임없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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