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건 인류 역사에서 늘 있던 일이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나 로또를 사는 사람, 시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 모두 자신들이 원하는 일이 잘 되길 바란다.
그러나 세상만사 쉽게 풀리지 않기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고 눈물이 흐르며 다시 일어날 용기를 심어준다.
금요일, 들살이 나가는 입장에서 야근은 피하고 싶지만 바람처럼 일이 풀리진 않는다. 덕분에 장비는 간소하게 챙긴다. '가서 펴고 자야지.'
새소리가 깨우는 아침은 몸속 독소를 빼주는 윤활유같다. 아침 햇살도 매서운 바람소리보다야 반갑지만 어느덧 잠자리가 날아다닐 계절이니 누워 새소리 감상하기엔 태양의 보챔이 억척스럽다. 영차! 일어나자.
풍수지리를 볼 줄 아는 지관이 왔다면 분명 "이자리가 명당일세"했을 자리다.
시원한 바람에 아침 잠이 멀리 달아난다. 멀리 운무가 섬 허리를 잡고 늘어지며 전복 밥을 주려는 부지런한 어민들의 배도 단조로운 풍경에 기다란 선을 하나 긋는다.
2박 3일동안 여유로운 시간과 푸근한 풍경, 시원한 바람을 선사해준 고마운 땅. 금요일 야근은 호사를 위한 희생이었다.
아이들은 만나면 손부터 잡는다. 내가 잡았던 친구들의 손은 어땠던가?
희안한 기억력은 친구들의 모습과 이름을 죄다 지웠다 간신히 대학 동기들과 몇몇의 중고등학교 동창들만이 뇌세포 사이에서 희미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런데 자네들 누구였지?'
고등학교 동창생 하나는 꼭 자신의 누나와 손을 잡고 다녔다. 그렇게 어색해 보일수가 없었다. 난 내 누이의 손을 국민학교 교문을 드나들면서부터 놓았다. 가끔 생각나는 그 친구는 누이와 지금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살것이라 생각된다. 그렇게 사람인자가 어울리는 가족도 없었으니... 사람에게 손발이 있는 이유는 먹고 싸는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가 마주잡기 위해서가 아니겠는가?
아이들은 체험을 한다. 생각해보면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일인데 다름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게 어느덧 편해졌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무얼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시작점을 잡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이에게 부채를 만들어 그림을 그리게 해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은 왜 내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 걸까?
과거로 시간을 돌려보면 체험이랄 게 뭐가 있었을까 아리송하다. 그저 친구들과 (물론 누구였는지는 가물가물하다) 동네를 쏘아다니며 신발을 던져넣거나 구슬을 치고 팽이를 돌렸다. 한 번은 친구를 때렸다 날 죽이겠다고 부억칼을 들고 쫒아온 친구 형을 피해 대문을 걸어잠그고 옥상으로 올라갔던 기억도 남아있다. 그 대문은 언제나 발로 뻥!차면 열리는 무늬만 문짝이었던 자동문이었다.
아들의 웃는 모습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모습이다. 그 다음은 함께 사는 안지기의 미소다.
이상하게도 나는 아들과 아내의 찡그린 모습에 격분하곤 한다. 그들의 주름속에 내가 들어있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물줄기가 솟아오른다. 국수뽑는 기계처럼 잘도 물발을 뽑아낸다. 아들은 아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빠, 나 옷 젖어도 돼?"
언제나 허락없이 달려들던 아들이 낮설다. '내가 엄하게 굴었나? 내가 찡그렸나?'
"그럼 되고말고"
어릴때 물놀이를 어찌나 좋아했는지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횟수의 아버지와 친구분들 가족과의 야유회 기억은 친구들 이름보다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날 개구리를 잡았지", "그날 그녀석이 돌을 던졌는데 네가 맞았잖아." "밤에 참외 서리했었는데 그 참외가 내 평생 가장 맛있는 참외였어" 여동생과 만나면 아직도 그날들을 기억한다.
이번 캠핑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 곰이네 형님. 푸근하고 정겹고 살갑고 기분좋은 사람.
내가 좋아서라기보다 자리가 시원해서 우리집에 머문 게 아닐까?
형수님까지 가세해서 많은 숙원 사업을 해결해주셨다. 가장 큰 먹는 문제. 덕분에 아이스 박스에 들어있던 냉동식품들은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며 궁금했을 것이다. "이놈은 뭐 먹고 살기에 우릴 놔두지? 내 평생 이렇게 따뜻했던 적은 없었는데?"
많은 이야기가 볶아지고 끓여지고 마셔졌다. 빗소리 형수님의 더덕주는 형수님의 주장대로 뒤끝은 없었으나 중간부터 의식을 흐리게 만들었다. 에고에고 많은 이야길 꺼내기도 전에 눈꺼풀이 자꾸 내려온다.
아들은 영화 '타잔'을 얼마나 신나게 봤는지 줄거리를 실감나게 복원하느라 바쁘다. 고릴라며 제인이며 몽롱한 정신 속에 들어와 서로 섞여버린다. 가슴 달린 고릴라... 털 복슬한 제인... 캠핑하는 타잔...
정글이 나오는 꿈 중간 중간 몇몇 분들이 텐트를 두드려 날 깨우려 했단 걸 기억하지만 도저히 몸을 일으킬 수 없었다.먼 길 와플을 전해주러 오신 인품 깊은 형님과 형수님도 계셨지만 같이 자야 한다는 아들의 주장과 더덕주는 합세해 내 신체를 바닥에 고정시켰다. 2년 담근 더덕주는 역시 숙면을 유도해 건강에 도움이 됐다.
이상하게 혼자 있던 시간도, 둘이, 또는 더 많이 있던 시간이 많았던 캠핑인데 시간이 조바심을 내며 사라져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왜 즐거운 시간들은 날개를 달고 그리 빨리 지나가는가? 조금은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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