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대 계곡은 집에서 30분. 만만한 여행지이자 여름엔 시원한 계곡물과 그늘이 더위를 막아주는 최고의 피서지다.
가까운 지인들께 전화를 돌렸지만 다들 어디론가 이미 떠나계시다.
'그래 우리 다섯 가족이 떠나자'
처음 밝히지만 우리 가족은 부부와 두 아들, 그리고 복중태아(아들)까지 다섯이다. 아들이 셋이라니...
신이 계시다면 날 정말 아끼시나부다.
남도는 비가 꽤 와줘서 계곡 수량은 풍부했다. 하류부터 상류까지 총 세 번의 자리를 옮기고서야 마음에 드는 장소에 자리를 깔았다. 널찍한 바위에 막힌 계곡물이 바위 옆구리를 돌아 양갈레 폭포가 되어 떨어지는 자리였다.
쏴아~! 물소리가 가슴 속 더위까지 날려준다.
둘째에겐 새로운 세상이다.
산, 나무, 물...
계곡물에 살짝살짝 발을 담궈주지만 좋아하기는 커녕 싫다고 아우성이다. 형이랑 많이 다르다. 침착하고 조심성이 많다.
아빠의 주특기 물고기 잡기가 시작된다. 월출산은 국립공원이라서 어항이나 잠자리채 등의 채집도구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겐 비닐봉지기 있잖아. 그거면 충분하다.
피래미를 잡아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피래미 잡는 법은 굉장히 쉽다. 누구나 비닐봉지나 돗자리 주머니 등 담을 수 있는 도구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다. 보통 된장에 밥을 섞어 밑밥을 준비하지만 그건 구시대 피래미들에게나 먹힌다. 순식간에 100마리 피래미 잡는 법은 다음 기회에 포스팅 하기로 한다.
조심성 많은 둘째가 물고기는 안 무서워한다. 한마리 쥐어주자 잠시 살펴보는가싶더니 바로 입으로 들어가 모두를 놀라게 한다. "헉!!"
급히 꺼낸 피래미는 십년감수했다는 듯 파닥거리며 바삐 도망친다.
해가 구름 뒤에서 꾸벅 졸자 계곡은 한기가 감돌았다. 파란 아들의 입술. 다이빙까지 성공적으로 해낸 초등생이 기특하다.
하산하자.
계곡입구엔 등산객을 위한 족욕장이 있다.
안전이 보장되는 작은 풀장은 둘째의 놀이터다.
"어 다시 해가 나네"
큰아들은 다시 물놀이를 가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 신 나게 논다.
담이 없어 금방 친해지는 나이.
그만 가자 몇 번을 설득해도 요지부동이다.
왜 가야하냐고 자꾸 묻는데 답변이 궁색하다. '동생 졸려서...'
돌아오는 길 뜨거운 태양의 위세가 대단하다.
조금 더 놀아도 좋았을 것을...
다음을 또 기약한다. 가까우니 좋은 피서지 어서 비가 내려 계곡물이 리필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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