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욕실 공사가 시작됐다. 화장실 타일은 종류가 너무 너무 많아서 고르는 데만 보름이 걸렸다. 수많은 매장을 다녀와서 우리가 고른 욕실타일은 600각타일이다. 아쉽게도 작은 화장실은 포세린타일을 쓰지 못했다. 너무 작아서 300x600각으로 선택했다.
타일 세상엔 600각이라는 대장이 있더라.
타일을 고르면서 우리가 원하는 건 600각으로 욕실타일을 싹 돌리는 것이었다. 벽과 바닥, 창문턱도 졸리컷으로! 코너비드는 노노!!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눈높이만 올라간 상태였다. 그런데 타일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조금씩 용기가 사라지고 있었다. 원래 욕실은 300x300으로 바닥을, 300x600이 벽체를 시공하는 게 불문률이라는 말들이었다.
우린 분명 600각타일로 바닥과 벽체를 두른 리조트와 호텔화장실을 봤는데 이들은 대체 누가 어떻게 시공한 것이란 말인가?? 유튜브 인테리어쇼에서도 600각을 외치는데 이동네 타일가게들은 트렌드에 관심이 없는건지 알면서 외면하는건지 모르겠다는 대화를 나누며 여러 타일가게의 문을 열고 닫았다. 그냥 우리 300x600각으로 할까? 아쉽지만.... 뭐 이런 대화도 나웠다. 600각은 서울 이야기라고 치부하면 편했다. 그래, 우린 지방 살잖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떡하니 쇼룸이 내 눈앞에 보였다.
레미탈을 사러갔다 오는 중이었다. 도매로 사러 갔는데 문전박대 당했다. 기분이 팍 상해서 돌아오는데 시멘트가게 바로 옆에 큰타일로 욕실 쇼룸을 만든 매장이 보였다. 이런 곳이 있었나???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다. 600각 타일로 만든 쇼룸이 날 반겼다. 이런저럼 의견을 나누고 아내와 재방문을 했다. 요즘 유행하는 게 테라조 타일이라고 했다. 우리 부부의 눈엔 산만했다. 젊은 신혼이라면 좋아했겠지만 우린 어느새 중년이었다. 패턴타일도 추천받았지만 이 역시 어지러웠다. 북유럽타일은 현관 바닥으로 선택했다. 주방벽타일은 카페에서 많이 쓰는 심플한 화이트 사각 패턴으로 바로 결정했다. 변기와 세면대 육가등을 골랐다. 타일 시공자도 소개받아 두팀을 면접하고 말이 적은 팀으로 결정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집주인의 욕실공사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내 경우 화장실리모델링 공사가 아닌 신축이라 준비할 게 많았다. 우선 화장실 문틀을 세워둬야했다. 다용도실에 CRC보드를 마저 붙여야했고 레미탈과 모래를 사놔야했다. 다용도실 세탁기 자리에 벽돌을 묻고 몰탈을 쳐서 높이를 높여둬야했다. 드디어 어제 자재들이 도착했다. 사장님이 혼자 와서 하차를 도왔다. 타일은 역시 무겁고 날은 더웠다. 차가 한 번 더 왔는데 이번엔 실장이 왔다. 하차를 도왔다. 타일은 더 무거웠고 날은 정말 더웠다.
드디어 오늘 아침, 타일러들이 왔다. 한 분은 7년 경력, 한분은 1년 경력이었다. 600각타일은 7년차 사장님이 시공을 맡았고 다용도실과 작은 화장실은 1년차 사장님이 시공해나갔다. 난 미흡한 방수처리를 하고 매립장부분에 CRC보드를 치고 화장실 매립선반을 놓기 위해 구멍을 뚫고 나무를 짰다. 그 사이 타일이 척척 붙었다. 오랜만에 바쁘게 손을 놀렸다.
화장실 매립장도 타일로 돌리기로 하고 마감은 어쩔 수 없이 코너비드를 쓰기로 했다. 300각 타일은 약해서 졸리컷이 불가능하다. 아니 가능은 하다. 다만 얼마 못가 이가 나가버린다. (300각 포세린을 쓰면 가능하다.) 매립선반은 기성품을 구입해 매립하려 서둘러 구멍을 뚫어놨다. 이런 상품이다.
크롬재질의 상품이 있었다면 고민없이 구입했을 것이다. 샤워기와 깔맞품이 가능하니까.
그런데 불행히도 크롬재질의 화장실 매립 선반이 없었다. 생각을 바꿨다. 매립선반자리도 타일로 돌리고 싶었다. 작업자와 협의해 코너비드를 쓰는 것으로 하고 내가 먼저 나무로 선반 작업을 했다. 8시까지 가열차게 이어진 작업끝에 다용도실 벽체는 완료, 주방 50%, 작은화장실 30%, 안방화장실 80%가량이 진행됐다. 우리집이 드디어 조금은 집다운 느낌이 났다.
내일은 새로 짠 화장실 선반의 방수를 신꼉써야 한다. 목재를 화장실 습기에서 구해내는 방법은
1.바니쉬를 수차례 발라주기.
2. 방수테이프로 전체 붙여주기 정도다.
물론 타일과 시멘트보드 (혹은 마그네슘보드 혹은 CRC보드)가 1,2차로 물을 막아주지만 물이라는 녀석은 우주의 법칙따윈 무시하고 어디든 들어가니 꼼꼼하게, 그리고 과하게 방수를 해두면 좋다. 그리곤 뻥 뚫려있는 벽을 막아줄 예정이다.
욕실공사는 시리즈로 계속 이어가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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