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갈치 맛보러 부산 기장 몬난이 식당으로~

부산 출장이다.
적지않은 거리로 부담스러운 길인데 요즘 자주 가게 된다. 뭔가 여기에서 인연이 이뤄질라나? 부담스러운 건 거리뿐이 아니다. 음식도 실패확률이 높아 끼니가 가까워오면 고민이 시작된다. 

교류가 늘고 문화도 많이 맞닿았지만 가끔씩 입맛에 반하는 음식들 앞에선 난감하기 짝이없다. 동행한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정치에서 시작돼 음식으로 이어진다. 철저히 서울, 그것도 호남의 식성에 의해 길들여진 내 입맛에 경상도 음식은 가끔씩 좌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오늘 점심을 해결한 집은 만족도가 높아 블로그에 글로 남긴다. 오랜만이다 타지에서 이렇게 맛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 말이다.

 식당 이름은 우선 몬난이 생갈치 전문점이다.
오타가 아니다. 못난이가 아니라 몬난이가 맞다.

 주인이주머니와 꽤 대활 나눴는데 상호에 대해 여쭙질 못했다. 왜그랬지?? 

그래서 몬난이가 왜 몬난이인지 알지 못한다. 

 메뉴는 심플 그 자체다. 갈치 구이 갈치 찌개 갈치 회무침. 셋 중 하나. 메뉴판 글씨가 많아지면 고민과 갈등에 더욱 지치던 내게 이 식당은 고민의 가지를 다 쳐내주었다. 동행인들과 우린 모든 메뉴를 맛보기로 결정했다.

 상이 차려지자 기대하지 않았던 쌈채소들과 젓갈이 눈에 띈다. 우선 회무침 등장. 여러 생선의 회무침을 맛봤지만 (여름에 먹은 대변항의 멸치회를 포함해) 갈치회는 처음이었다. 

 갈치살이 생각보다 씹히는 맛이 있었다. 굽고 끓이면 부드러워 먹기 편해지는 갈치가 익혀지기 전 이런 식감이었다니. 의외였다. 

 양념이 맛있게 버물어진 갈치회를 한참 흡입하는데 구이가 상위에 올려진다. 이녀석 크기가 엄청나다. 젓가락으로 살을 떼어내 그냥 먹어도 갈치본연의 맛이 고스란히 퍼진다. 사장님이 오셔서 쌈을 싸는 법을 알려주신다. 젓갈과 함께 싸먹으면 그만이라는 말에 따라해본다. 과연 그 맛이 소갈비와 바꾸지 않을 정도다. 

 크기가 커서 뼈를 발라내는 게 쉬웠다. 생선음식이 꺼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비린내와 가시를 발라내야 한다는 것인데 신선하고 커다란 갈치는 단점을 지니지 않았다.

 생선은 클수록 맛있다는 경험은 여전히 유효하다. (전국을 돌며 회란 회는 다 먹었지만 최고는 미터급 농어회였다. 2위는 여서도 삼치 3위는 다물도 우럭)

찌개가 나왔다. 솔직히 경상도 음식중 가장 무서운 게 찌개류다. 방풍이라는 채소를 넣어 끓이면 특유의 향이 풍기는데 어렸을때부터 먹어버릇하지 않으면 친해지기 어렵기때문이다. 다행히 갈치찌개에서 방풍은 찾을 수 없었고 대신 커다란 호박이 듬성듬성 썰려 갈치와 어울어져있었다. 

찌개의 생명은 알맞은 간과 내용물의 신선도. 

이 식당의 찌개는 흠잡을 곳이 없다. 

다 먹고 사장님과 잠시 이야길 나눈다. 

제주에서 당일 공수한 갈치만을 고집한다는 이곳의 평균 갈치 소비량은 평일 7박스, 주말 12박스란다. 

엄청난 양의 소비량을 증명이라도하듯 평일 2시인데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손님들이 갈치맛을 즐기고있다.

입구에도 손님들이 대기하는 곳이 있고 가게 외부에도 앉아 대기하는 곳이 있을정도니 사장님의 자부심 깊은 말이 이해된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라는 게 부담이지만 부산에서 아니 기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찾는다면 몬난이 식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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