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미안합니다. 제목이 참 상투적이죠?
직장생활 10년이 되니 상상력 고갈을 여실히 느낍니다.
창의적인 생각이 별로 필요치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퇴화되는 모양입니다.
요즘 학자들이 젊은이들에게 쓰는 글을 자주 접합니다.
이 글도 그런 부류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학위라곤 학사가 끝인 저로선 누가 볼까 겁나는 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건 어제 걸려온 대학 친구의 전화 때문입니다.
우선 이 친구를 소개하자면 술마시고 당구치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대학시절 우리와 달리 도서관에서 책에 파묻혀 지내던 친구였습니다.
당당히 일류기업이라는 삼성엘 들어갔죠.
취업을 앞둔 친구들은 부럽다는 생각을 하실 겁니다.
저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의 직장에 다니니까요.
그러다 몇년이 흘러 LG로 회살 옮겼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직장내 경쟁과 갈등이 이직의 원인이라고 전해 들었습니다.
연봉도 조금 더 오르고 잘된 일이라는 소식을 다른 친구들이 알려왔습니다.
녀석 행복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까요.
어제 걸려온 전화 목소리는 반갑다는 웃음 뒤에 고뇌가 가득 따라왔습니다.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위해 밤늦게까지 일하는 삶에 지쳤다는 목소리엔 도움이 필요하다는 절규가 숨어있었습니다.
'대기업도 힘들구나' 정도로 간단한 문제가 아님을 눈치챘습니다.
제가 느끼기론 '지금 관두지 않으면 큰 일이 나겠구나'. 였습니다.
친구의 무거운 웃음 섞인 안부엔 엄살도, 겸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IT분야를 선택한 자신에 대한 후회와 가정을 돌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이 단어마다 들어차 있었습니다.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대안이 없는 현실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이 고독히 서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힘든 걸까요? 무려 대기업에 다니는데 말입니다.
전 '노동'이라는 단어를 사랑합니다.
모든 생명체가 살기 위해 기꺼히 노동을 감수하기 때문이죠.
사전적 의미에서 노동은 인간에게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재화를 생산하는 일을 하는 것으로 제한하기 때문이죠.
넓은 의미에서 '일' 하는 걸 뜻한다고 보면 생명체 모두 노동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늘에서 편히 쉬는 사자도 먹기 위해 자신도바 덩치가 큰 누와 싸우고 상처를 입습니다.
코끼리는 물과 초지를 찾아 수 천 킬로를 이동합니다.
식물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나무보다 더 많은 양분과 해를 받기위해 뿌리를 내리고 잎을 넓힙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생명체 모두 노동과 휴식을 지혜롭게 나누어 쓴다는 겁니다.
밤에 돌아다니는 개미가 없는 것도, 철새가 해질녁 날아올라 군무를 이루는 것도 휴식과 노동의 경계를 알기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노동과 휴식의 경계를 허물어버립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몇날 며칠을 도전하는가 하면 강추위의 산행도 이를 악물고 해냅니다.
열정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힘이 인간에게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열정은 없는데 노동이 지속되는 경웁니다.
보통 노동의 결과가 자신의 꿈과 결부되지 않을 때 노동자는 쉽게 지치게 됩니다.
휴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그러나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의 휴식은 존중되지 않습니다.
기업의 꿈. 다시 말해 이윤 창출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언제나 강요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기업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는 항상 다릅니다.
누군가는 나는 이 회사를 크게 성장시키겠다는 꿈을 품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건 사용자의 꿈이지 노동자의 꿈일 순 없습니다.
그런 꿈을 꾼다면 그는 그 회사의 오너가 되고 싶은 사람일 겁니다.
기업의 목표는 단순명료합니다. 이윤창출. 즉 돈입니다.
개인의 목표는 수 만 가지이겠지만 하나로 모아본다면 '행복'에 다가가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목표를 위해 가져야 할 조건엔 돈도, 시간도, 건강도 포함될 겁니다.
자동차나 집 등 물질적인 것은 임금과 연관될테지만 여행이나 독서, 가족과의 시간 등은 돈을 제외한 여건이 필요할 겁니다.
먼저 떠오르는 건 시간이네요.
돈과 시간, 이것 들을 풍족하게 제공해주는 직장을 우린 흔히 꿈의 직장이라 말하고 막연히 대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린 하루 8시간씩 직장에서 생활합니다.
과도한 업무나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 적정과 동떨어진 업무등이 8시간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반대로 조화로운 인간관계와 업무에 필요한 준비와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흥미로운 일을 한다면 그 8시간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전 이 8시간이 사람의 행복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8시간이 지옥같으면 나머지 16시간도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8시간이 만족스러우면 16시간도 감미로울 것입니다.
즉, 직장에서의 8시간의 삶을 좌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직업 선택, 나아가 어떤 기업에서 일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내 인생 앞 도로를 선택하는 것과 같습니다.
번듯하게 뚫린 고속도로의 끝이 막혀있을 수도, 좁고 비탈진 비포장로가 황금빛 물든 해변으로 여러분을 인도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지금 직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사는 사람들 중 직장인은 여러 모습 중에 한 가지입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노동력을 기업에 바치지 않고 살아갑니다.
이들에게 8시간은 무의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그러하듯 노동과 휴식을 스스로 정하고 조화롭게 살아갑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그런 사람들을 잘 알지 못할 것입니다.
학교에서 여러분에게 가르쳐준 것은 대학 진학과 기업 입사 뿐이니 말입니다.
세계 경제의 추락은 뚜렷합니다.
기업 여건 역시 동반 추락하는 중입니다.
슬픈 소식이지만 앞으로 일자리는 더 없어질 것입니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행복해지는 건 아닙니다.
승리는 더더욱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만족을 느낄 순 있겠지만 8시간이 고통스러울지 만족스러울지는 여러분이 선택하는 게 아닙니다.
외국계 회사라고, 대기업이라고, 공사라고 여러분의 행복을 만들어주진 않습니다.
잔인할지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여러분은 시키는 일 해야하는 존재입니다.
경쟁에서 이겨 대기업에 들어가고 공무원이 되는 게 꿈이라는 여러분께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저 역시 저 자신에게 수시로 던지는 질문입니다.
너,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뭐니?
제 직장이 궁금하실 겁니다. 꽤 규모가 큰 회사입니다.
월급도 적은 편은 아니죠. 그런데 이 곳에서도 많은 선후배들이 이직이나 조기 은퇴를 꿈꿉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이겠지만 이 역시 하나로 모아보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질문을 던지자면 "무엇이 행복한 삶이겠는가?"가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질문을 위해 이 긴 글이 탄생했군요.
제게 전활 걸어온 친구도 이 질문의 답을 갈구하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8시간은 견뎌야 하는 시간이기엔 너무 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십시오. 8시간을 풍요롭게 만들 일을 찾으세요.
8시간이 연장되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 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게 당신이 정말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가장으로서 찌든 모습이 아닌 당당한 모습으로 설 수 있는 방법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더 젊은 후배들에게 보여야 할 당신의 모습입니다.
남들을 따라 줄을 서서 기약없는 언덕만 바라보진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다고 길이 없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의 꿈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을 가십시오.
그러기 위해선 이 질문이 필요할 겁니다.
'너, 정말 좋아하는 게 뭐니?'
그리곤 행복해지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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