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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 혼자 집짓기

공들여 쌓은 석축, 다시 쌓다. 건축주가 수신호로 포크레인을 지휘해야 예쁜 면이 나온다.

by onHappy 202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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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은 어디가고 파헤쳐진 흔적만 남았다.

 

사진만 먼저 보면 누가 이랬을까 싶다. 

내가 그랬다. 기존 석축을 뜯어낸 재시공을 결정했다.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 첫째는 도로 경사가 너무 심해 조금씩 낮추다보니 경계석이 흙 위에 떠있는 형상이 되어버렸다. 

당장 미관상 보기 싫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흘러 돌 아래 흙이 빠져나가면 붕괴의 위험도 있다. 

  • 둘째는 보강토 시공 끝면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뭔가로 빨리 막지 않으면 큰 비가 내렸을 때 블럭의 탈락도 염려되는 상황이다. 

 

보강토와 경계석의 맞댐

 

석축을 쌓을 때 중요한 사람은 포크레인 기사님이다. 

어떤 기사님은 집게와 바가지를 갈아끼우느라 시간을 다 보내고

어떤 기사님은 집게로 바가지를 집어 일을 한다. 

두 사람의 작업 속도는 2배 이상 난다. 

 

그런데 아무리 잘하는 기사님이라 해도 안 보이는 면의 돌을 반듯하게 쌓는 건 불가능하다. 

포크레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면은 누군가 관찰하며 수신호를 주어 쌓아야 한다. 

우리 현장엔 그런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목수이자 잡부이자 건축주이자 회사원이자 석축을 쌓은 경험이 한 번 있는 사람. 

바로 나다. 

 

 

마당 오른쪽 석축. 마당이 꽤 넓어졌고 안정적이 됐다.

 

우리집 토목과 건축에 지대한 도움을 준 포크레인 기사님이 달려와주셨다. 

아침부터 해질녁까지 둘이 쉬지 않고 석축을 허물고 쌓았다. 

 

난 포크레인이 내려오지 못하는 곳에서 면을 보고 수신호로 "돌을 돌리시오. 내리시오 안으로 들이시오 밖으로 내시오 왼쪽을 조금 때리시오 뒤를 누르시오 등의 의견을 전달했다. 

 

포크레인 기사님은 완벽하게 일을 진행해 마당의 왼쪽 오른쪽 석축을 마무리해버렸다. 

 

저 틈은 살면서 메꾸기로 한다. 

돌을 쌓는 데 요령이 있다. 그냥 돌을 놔두면 분명 기우뚱한다. 

원하는만큼 돌이 단단하게 고정되지 않는다. 

포크레인이 돌을 조금 들었을 때 적당한 돌을 개주어야 한다. 

흙으로 개어줘봤자 아무 필요가 없다.

단단한 돌이어야 방금 둔 돌이 꿈쩍 않고 그자리에 눌러앉는다.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포크레인이 시키는 일도 많다. 

나무 주워 버려라 쓰레기 있다 버려라가 기본이다. 

면이 맞는지 다시 봐라 돌이 너무 작은 게 들어간 게 아닌지 다시 확인해라 등 

건축주인 나보다 더 까다롭다.  

뜨거운 날씨에 열심히 뛰어다녔더니 토시를 하지 않은 팔이 다 익었다. 

물이 끝없이 들이켜진다.

 

마당이 드디어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2년 만이다. 

 

마당 좌우쪽 석축을 마무리하니 뉘엇뉘엇 해가 진다. 

마당이 많이 넓어졌다. 이제야 집터같다. 

석축쌓기는 역대급으로 힘이 든다.

그래도 내일이면 이 피로가 사라질 것이다. 

 

 

 

아.. 내일은 도로 파기로 했지? 

피곤하다. 쓰러지기 직전이다. 

 

다음 편은 도로 다시 파내기다.

석축을 쌓은 다음 날로 포크레인이 온 김에 단행한 일이다. 

왜 이렇게 땅을 다시 헤집어두었는지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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