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지으려면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된다.
그 중 건축주가 알아야 할 중요한 사실을 서너가지만 알려달라고 한다면
일단 도로가 있어야 건축을 할 수 있고, 당연하겠지만 물과 전기가 들어와야 한다는 점을 먼저 말해준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는데, 바로 배수다. 오폐수의 배수 계획과 실행이 현실적이어야 하며 빗물인 우수의 처리 방법도 꼬옥 있어야 집을 지을 수 있다.
우리집은 오랜 시간 건축 중인 상태로 유지되는 바람에 (목수, 잡부 등 일하는 사람이 나 혼자라서) 비가 오면 토사가 자꾸 넘쳐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때문에 집수정을 바쁘게 묻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이녀석 기울기를 맞추다보니 끝부분 집수정의 깊이가 너무 깊어졌다. 집이 완성된 후의 마당 모습을 상상해보면 한구석이 블랙홀처럼 쑥 들어간 모습이 될 판이다. 흠... 마음에 들진 않지만 별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는다. 집수정을 끄집어 올리자니 일이 너무 커지고 다시 수평을 맞출 자신도 없다. 그 힘듦의 기억이 두번 다시 그 일을 하지 않게 내 의식을 붙잡아둔다. 경험이 이렇게 무섭다.
그런데 포크레인 기사님이 팁을 알려주신다. 벽돌로 높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우아. 왜 이런 생각을 못했지?
시간이 흘러 결전의 날이 왔다. 할 일은 태산인데 데크자리를 만들려면 포크레인이 한 번 더 와야 한다. 그 날 포크레인이 할 일을 모두 끝내버리려면 집수정 주변을 다 완성시켜놔야한다. 일단 벽돌을 사본다.
벽돌 가격은 300원이었다. 예쁘다. 벽돌 주제에 이렇게 예쁘다니... 그런데 50장이 금방 끝난다.
가장 마지막 집수정은 너무 깊게 묻혀있어 벽돌이 많이 들어갔다.
요령은 별거 없다.
1.레이탈에 물을 섞고 바닥에 평평하게 펴바른다.
2.바닥 레미탈이 어느정도 마르면 벽돌을 놓고 고무망치로 통통 때려 벽돌과 벽돌의 단차를 줄여준다.
3. 가끔씩 수평대를 놓고 보면서 수평 수직을 확인한다.
4. 레미탈을 1단 벽돌 위에 적당량 살포, 그 위에 2층을 시공한다. 수평수직의 요령은 계속 같다.
5. 벽이 완성되면 안과 밖에 레이탈을 얇고 평평하게 펴 발라 미장을 해준다.
그런데 이게 막상 해보니 1번만 쉬울 뿐 2번부터 어렵다. 유튜브 영상을 보니 엄청 쉽게 하던데 나는 잘 안 된다.
남자들은 실패하면서 배운다고 했던가? 한 시간이 흐르니 요령이 생긴다. 그 요령이라는 게 레미탈에 물을 더 많이 섞는 것이다. 물이 들어가니 이녀석 다루기가 조금은 쉬워진다. 그런데 딱 하나 레미탈을 운반하는 도구, 렝가고대?? 뭐 이런 요상한 이름의 툴은 정말 다루는 법을 모르겠다. 손에 쥐면 꼭 장갑을 거꾸로 낀 듯 불편하기 짝에없고 시멘트를 떠오는 과정부터 벽돌에 잘 놔두는 과정까지 뭐하나 자연스럽게 되는 법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 조금 익숙해지기라도 해야 되는데 손목에 무리만 잔뜩 쌓이고 요령은 늘지 않는다. 결국 이녀석과 친해지는 데엔 실패했다. 뭔가 내가 잘못 하던지 이녀석이 세상에 모든 렝가고데와 다르게 잘못 만들어진 탓일 것이다.
시멘트로 바닥을 만들고 주변에 벽돌을 놓아 기본적인 틀을 만드는 게 1단계다. 이 때 벽돌로 만든 사각형의 내경을 그레이팅보다 살짝 작게 만들어줘야 그레이팅이 허무하게 풍덩 빠지지 않는다. 2단계는 그레이팅이 쏙 들어갈 사이즈로 2층에 벽돌을 쌓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이 역시 허리가 끊어지는 고통을 수반하는 작업이다. 조적이나 미장을 하는 분들에겐 10분도 안 걸리는 일이겠지만 이쪽 경험이 전무한 내겐 1시간도 넘게 걸리는 일이다.
일단 벽돌부족과 레미탈의 부족으로 1차 작업은 마무리. 그 다음 주엔 큰아들을 살살 꼬셔서 함께 작업했다. 이녀석의 도움은 어마무시하게 큰 힘이 된다. 그러나 사춘기라 내마음대로 현장에 투입하기엔 어렵다. 한껏 멋을 내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야 한다는 그 짜증섞인 사춘기 남학생의 말투에 나도 그랬던 것 같아서 수긍하곤한다.
여튼 이녀석과 벽돌집에 가서 벽돌을 사고 레미탈을 샀다. 시내에 있는 곳인데 지난주 구입한 가격보다 비싸고 벽돌이 못생겨 속상했다. 그러나 주말에 문 연 가게를 찾기는 어렵고 아들찬스로 생겼으니 눈물을 훔치며 다시 현장으로 달린다.
아들이 레미탈을 비비고 떠주니 작업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레이팅도 합판으로 잘라 그 사이즈를 가늠하니 무거운 쇠를 놨다 뺐다를 반복할 때보다 효율이 훨씬 좋다. 그래서 5곳의 집수정 중 3개를 끝냈다. 와우!!
이번주는 어린이집 모내기 체험이 있다고 해서 현장 일이 또 멈출 예정이다. 날은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는데 우리 아이도 잘 자라 어린이집 행사에 부모님을 꼭 초대한다니 가봐야지 별 수가 없다. 그 다음 주는 또 회사일이 주말에 버티고 있다. 지지리도 시간이 안 난다. 손가락 발가락을 다 합쳐도 셀 수 없는 휴가가 넘치지만 현실에선 신기루와 비슷한 숫자다. 내 휴가지만 내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이상한 숫자다. 에고.... 갑갑할 따름이다.
일단 다음 공정은 퍼티 마무리와 문짝 주문 및 설치, 현관문 주문 및 설치, 라인조명 부품 발주 및 설치, 이케아 싱크대 주문 및 조립 등 시공, 삼성 비스코프 냉장고 장 만들기 및 홈빠?? 만들기, 그리고 데크 시공과 화장실 타일작업 등등등등이 남았다. ㅎㅎ
데크시공을 조금 서둘러 할 생각이다. 큰아들 찬스를 한 번 더 써서 데크 테두리 벽체 세울 곳을 작업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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