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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반찬은 하나도 빠짐없이 손이 가는, 맛있는 찬 일색이었다. 자연산 홍합은 기본인데다 파래와 미역, 유럭과 장어 모두 자연산이었다. 엄마 손맛에 너무나도 가까운 주인 아주머니의 손맛에 그만 과식하고 말았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저녁상도, 다음날 아침 상도 그저 감동에 감동이었다.
배도 꺼트릴겸 산책을 나간다. 마을 뒤에 자갈로 이뤄진 해변이 있단다. 이름하여 뒤짝지. 걸어서 5분이면 충분하다. 도착하자 시원한 바람이 쏟아진다. 탁 트인 전망에 새 소리가 즐거움을 더한다. 파도에 따라 자갈들이 구르며 내는 소리는 세상에 결코 흔하지 않은 소리임에 틀림없다. 통영과 완도, 그리고 이곳에서만 들어봤다. 게다가 세 곳 모두 소리가 다르다. 특히 이곳의 소리는 더 경쾌하며 순박하다.
-뒷짝지. 여름이면 해수욕객들로 붐비는 곳이란다. 물이 빠지자 미역과 해산물의 놀이터로 변했다.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바람엔 홍합 작업이 힘들다는 것이었다. 한두명이 아니라 만나는 주민들마다 한 목소리로 날을 잘못 골라왔다고 했다. 그럼에도 네 분위 주민께서 도움을 주셨다. "이런 파도엔 암도 작업 안 해라"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너무 힘들게, 열심히 도와주셨다. 망망 대해를 바라보는 경사가 심한 절벽에 가까스로 발을 디디고 서서 수확하는 홍합이며 거북손, 배말등은 세상에서 가장 귀한 음식처럼 여겨졌다. 언젠가 다른 섬에서 물속에 몸이 거의 다 잠긴 채 파도에 일렁이며 미역을 수확하는 주민분들을 촬영한 적이 있다. 그 못지않은 작업이었다. 파도는 끊임없이 몰아쳤고 갯바위는 각종 해조류들로 미끄러웠다. 점심으로 집어먹은 홍합은 이런 고생 끝에 나온 거였다.
어느정도 수확이 끝나고 해가 기울어져 철수하기로 했다. 배는 접안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물속에 잠겼던 바위들은 미끄러운 해초들로 무장하고 우릴 넘어뜨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배에서도 작업은 계속됐다. 따온 해산물을 종류별로 나누고 그 중 홍합은 껍데기를 까 알맹이만 골랐다. 출렁이는 배에서 어떻게 앙다문 입 사이로 정확히 칼을 넣고 살을 발라내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다물도의 거대한 자연산 홍합. 내 손은 농구공을 잡을만큼 크다.
가져온 해산물들은 가마솥에서 삶아냈다. 불이 피어오르자 노을이 졌고 이름모를 새가 연기가 피어오르는 키작은 굴뚝 근처 전봇대에서 짝을 찾아 울었다.
저녁 식사는 국수였다. 그냥 국수가 아니었다.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각종 채소와 홍합을 곁드린 다물도 홍합 국수였다. 들어간 채소 모두 다물도의 땅에서 길러낸 100퍼센트 토속음식이었다. 그 맛은 시원하고 담백했으며 주인 아주머니의 큰 손 독에 배가 터져나갈정도였다. 갖가지 해산물이 상에 올랐으나 홍합국수는 다른 반찬들이 필요치 않을정도로 매력이 넘쳐났다.
-홍합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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