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기 (캠핑용어로 아내를 뜻한다) 배가 상당히 불렀다.
임신 막달. 예정일까지 한달여 남은 시점에서 만삭사진을 찍을 고민을 한다. 첫째는 스튜디오에서 옷도 갈아입고 찍었는데 뭔가 인위적인, 스튜디오 작가의 의도가 묻은 작위적인 사진같아 눈이 잘 안간다. 그래서 직접 만삭사진을 찍기로 결정한다.
만삭사진을 스스로 찍기 위해선 다음의 조건이 필요하다.
1. 카메라 2. 좋은 배경
마침 회사에 5D Mark2가 있어 1번은 해결. 2번 조건인 배경도 집근처 세 군데나 좋은 공원이 있어 고민거리가 되지 않았다.
해가 너무 강렬하지 않은 날, 출동을 한다.
우선 테스트로 몇장을 찍어본다.
빛도 괜찮고 배경도 좋다.
혼자는 심심하니 아들 출동. 분위기과 훨씬 밝아졌다.
임산부의 체력도 안배하고 다양한 모습이 나오게 잔디에 앉는 포즈도 요구한다.
좋은 모델들.
무엇보다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찍는 사진이라 시간이 예뻐진다. 서로의 이름을 더 부르고 서로의 눈을 더 본다.
사진이라는 건 혼자 즐기면 나와 대상의 일이지만 함께 하면 모두의 즐거움이 된다.
유쾌한 아들 덕분에 기분도 덩달아 좋아진다. 행복한 순간을 담은 사진은 덤이다. 중요한 건 이 시간 우리와 함께 했던 소리와 따스한 햇살들, 스치던 바람들이다. 그리고 우리들의 감정들.
만삭 사진이든 기념 사진이든 요령은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프로의 기준은 아니다. 생활사진 동호회 수준이랄까?
다양한 구도로 대상이 상징하는 모습을 가장 잘 담아내면 그만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구별되는 그 사소한 차이에 신경쓰기보단 인물의 자연스러움에 함께 묻어가는 게 더 좋다.
장비가 비싸지고 많아지면 그만큼 더 신경을 써야해서 내겐 잘 안맞는다.
사진을 찍어며 새삼 느낀다. 우리 아들 부쩍 컸구나. 마냥 애기인 줄 알았는데 이미 나와 내 아내에겐 친구이자 아들이며 심리적 보호자였다.
동생 태어나면 잘 보살필거지?
100여장이나 될까? 사진을 찍는 시간만큼 함께 보는 시간이 소중하다.
천편일률적인 사진관 사진이 지겹다면 스스로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
사진과 추억이 함께 남기에 추천한다.
우리 해담이도 건강하게 태어나렴~
TistoryM에서 작성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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