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영남알프스 운문산과 가지산에서 혹독한 겨울을 체험하고 이번엔 해남 달마산에 위치한 도솔암과 미황사를 찾는다. 과연 봄이 왔으려나?
도솔암은 일행들과 차로 달마산 7부 능선까지 올라가 능성길을 타고 가는 순탄한 길이다.
달마산은 TV로만 봐왔는데 실제 걸어보니 그 자태가 굉장하다. 뾰족 솟은 기암괴석들이 이어지다 저 멀리 평원과 바다가 보이는 전망이 번갈아 나타난다.
일행들은 사진을 많이 담았지만 난 눈으로 많이 담았다.
얼마나 걸렸을까? 이것저것 할 일들이 있어 많이 지체됐지만 천천히 풍경 감상하며 걸어도 20분이면 도착할만한 거리에 도솔암이 버티고 있었다. 아니 웅크리고 있었다는 말이 더욱 어울리겠다.
누가 여기에 이렇게 암자를 지을 생각을 했을까? 상상으로도 엄두나지 못할 장소에 정말 작은 암자 하나가 걸터앉아 시간과 함께 늙어갔다. 때마침 봄을 맞아 기운 암자를 보수하고 있었다.
잠시 눈을 돌려 경치를 감상하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는데 눈이 내린다. 달마사의 계절은 겨울이다.
차에 도착해서 미황사를 향해 페달을 밟는다.
미황사. 달마산을 등에 지고 꼿꼿히 앉은 모습이 석가모니를 닮았다.
미황사의 대웅전은 단청이 없이 밋밋한 갈대색이다. 그런데 그 옅게 바랜 색이 달마신과 더할나위없이 좋은 짝을 이룬다.
"배고픈데 밥 먹을까요?"
일행중 누군가 제안한다.
미황사 앞뜰에 위치한 전통찻집.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 음식이 참 맛있었다는 기억은 또렷하다.
누군가는 연잎밥을 주문하고 누군가는 팥죽을 주문했다.
연잎밥을 주문한 사람은 팥죽을 부러워했고 팥죽을 시킨 사람은 연잎밥을 부러워했다.
두 분이 음식을 만드시는데 정성껏 만든다는 게 느껴졌다.
이 찻집에선 여러 공예품도 판매했는데 예쁜 것들이 있어 사진으로 몇장 남겼다.
어! 저기 봄이네! 밥을 먹고 경내를 산책하는데 일행 중 누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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