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집에서 꼼지락대다 2시가 넘어 문득 경포대가 생각났다.
수영장은 꽤 선선해진 날씨에 부담스럽고 계곡에서 발만 담그고 오면 좋겠다.
"아들 어때? 갈래?"\
도착하니 이녀석 꿈나라다.
주차장에 차 참 많다. 주말이구나.
휴가가 길다보니 날짜 가는 것도 요일도 잊고 산다.
일어난 아들과 계곡을 오른다.
이끼가 잔뜩 낀 바위들이 소리없이 맞아주고 계곡물은 잘도 흘러 내려 가슴을 설레게 한다.
월출산 경포대 야영장. 반은 비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들어차있는 건 처음 본다.
워낙 짐을 멀리 날라야해서 인기가 없는 곳인데 여름이라고 사람들이 있구나.
오늘 밤 다시 와서 백팩 풀고 하룻밤 보낼까 욕심이 생긴다.
시원~하다. 지리산 계곡은 발 담그기 무서울 정도로 차가운데 여긴 그나마 낫다.
뭐 잡냐?
어. 도룡뇽이 있네?
잡자.
도롱뇽이 몇마리 보였는데 날쌔다.
순가락 사이로 몇번 스쳤는데 결국 포획 실패다.
"어차피 잠깐 보고 놔줬을 거니까 괜찮아. 구경은 다 했어"
생명 아끼는 마음 키우는 우리아들 대견하다.
하류쪽은 사람들이 많아 꽤 상류로 올라왔다.
거기에서도 물줄기 따라 서서히 올라갔다. 가재라도 잡아볼까? 라는 마음도 있었고
아들이랑 계곡 트랙킹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답을 얻기 위해서기도 했다.
내가 맨발이고 아들이 슬리퍼를 신었기 때문일까?
아들이 아빠보다 훨씬 잘 올라간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걷는 경험은 청량감을 간직한 채 몇 해를 살아간다.
계곡이 아기자기한게 참 재미나다.
이녀석 결국 입수했다.
오자마자 입수하는 게 이녀석 기질인데 이날은 오후인데다 날이 꽤 가을처럼 되어버려 입수가 늦었다.
아빠랑 손잡고 트래킹하면 정말 재미있겠지? 오늘은 아빠가 신발이 없다.
한 시간 가량 놀았다. 4시정도 됐나? 인적도 드물어지고 날도 저무는 듯해서 집으로 가려고 발닦고 신발 신었는데 해가 비춘다.
'다음에 또 오라는 거지? 그럴게.'
저녁에 혼자 백팩짊어지고 캠핑오고 싶었지만 막 태어난 둘째를 돌보느라 와이프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쩝. 이녀석도 까칠이다. 순둥이였으면 모처럼 긴 휴가 열심히 놀아보는 건데...
다시 가정주부로 돌아와 요리를 하고 청소를 하고 애를 돌본다.
뒷꿈치가 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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