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육아휴직을 신청하려 한다. 버텼지만 결국 무너졌다. 몸도 마음도 황폐해 진다는 말이 내게 현실로 다가왔다. 멘붕, 번아웃 등이 몰려왔다. 쉬어가야 한다고 내면이 속삭인다. 회사 걱정에 쉼을 요청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애써 외면했지만 회사 걱정 때문에 쉬기로 한다.
육아휴직의 이유.
뭐가 그리 힘들어?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니 회사와 가족들의 반응은 이랬다. 뭐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다 힘드니 이정도는 버티자. 여태 20년 가까이 버텼잖아... 라는 내 생각도 굳건했다. 그런데 내 자신이 자꾸 말을 건다. 쉬어야 한다니까... 어?
내가 이상했다. 퇴근 후에도 회사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주말에도 종일 회사 생각이 머릿속을 채웠다. 동료들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이상한 거였다.
육아휴직의 두 번째 이유는 너무 많은 나를 회사가 가져간다는 점이었다. 난 가족에게도 쉐어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게도 물론 속해야 한다. 그럼에도 너무 많은 시간을 회사에서 소유했다. 일은 테트리스처럼 끝없이 떨어졌고 미친듯 처리하고 나면 보통은 밤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커피 10잔으로 떼우며 일하는 날들이 쌓였다. 주말도 내것이 아니었다. 잠 자는 시간 말곤 난 회사의 풀소유 처지였다. 눈 뜨고 있는 시간 모두가 일 생각으로 머릿속이 아우성이 되어버렸다.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
나도 일중독이다. 그런데 비슷하게 일만 하는 사람이 주변이 많다. 우리쪽 산업이 특히 더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유독 많이 보인다. 젊은 나이에 대부분의 에너지와 시간을 회사에 바친다. 점점 자신과 가족을 위한 시간과 열정, 관심은 사라져간다. MZ세대들은 다르다. 분명 요즘 세대들은 맺고 끊음이 확실하다. 그런데 어중간한 30대 중반부터 40대 후반의 동료들은 일 중독에서 허욱적 거리며 살아간다. 우리가 에너지를 다시 얻는 건 저녁 회식자리가 거의 유일하다. 말로는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한다고 하지만 정작 가족을 위한 시간은 업무와 술자리로 줄어들고 만다.
열심히 일하는 게 죄는 아니다. 나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그러나 새벽녘 잠에서 깨어나면 '이게 뭔가....' 라는 생각에 다시 잠을 들기 어려운 날이 이어졌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나와 비슷하다면 휴직을 고려해보라. 그토록 원하는 여행을 미루고 살아가지 말고, 부모님과의 통화를 미루지 말고, 가족과의 산책을 미루지 말고 시간을 만들어 내라. 당신은 회사에서 그토록 유능한 사람이니까,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내는 일쯤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육아휴직이 두려운 이유
다른 사람의 시선이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지금 그게 중요하다면 열심히 하던 일을 하면 된다. 아직 휴직이 급한 상태는 아닌 듯 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 별거 아닌 게 되는 순간까지 왔다면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휴식을 취하던지 병원에 가보던지. 난 휴식을 취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내가 쌓아 온 이력에 뭔가 흠집이 생기는 것 같다. 회사에 빚을 지고 나만 편하게 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 쉽다. 물론 그렇다. 그게 사실이니까. 그러나 일을 잘 하는 사람은 잘 쉰다고 하지 않던가? 쉼 없이 달려온 우린 어쩌면 일을 잘 못하기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까 쉬어봐야 한다.
쉼표 하나를 얻으려면 물음표도 하나 더 얻어야 한다. 휴직 후 미래는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니까. 그러나 그 물음표 뒤에 어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밝은 빛이 있을 수도 있다. 쉬는 동안 에너지와 새로운 지식을 충전하면 어떨까? 쉬고 난 후에 내가 원하는 팀으로 돌아간다면 어떨까? 이렇게 생각해보면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미래를 누가 알겠는가? 그저 오늘을 충실히 살아보는 거다. 그러면서 육아휴직의 본래 목적인 육아를 함께 분담하고 집안 일을 분담해보며 가족의 느슨함을 다시 가깝게 만들어 보는 거다. 그게 더 가치있는 일이라는 건 마음이 답해준다.
이왕에 쉬는 거 못했던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평소 상상했던 삶을 살아보는 것도 좋겠다. 부모님께도 가보고 연락이 끊어졌던 친구들도 만나보는 거다. 그렇게 세상공부를 하면 된다. 그동안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닥치는 일만 처리했다면 이젠 넓은 세상에서 모니터 너머의 지식을 배워보는 것이다. 또 아는가? 미래가 어떻게 바뀔지?
육아휴직이 어려운 이유
육아휴직 수당이 적다. 급여 신청을 해보면 연봉이 아무리 높아도 월 200만원이 한도라는 걸 알게 된다. 생활비 걱정에 선뜻 손이 나가지 않는다. 빚을 장려하는 건 아니지만 직장생활에서 롱텀 브레이크가 절실히 필요하다면 은행에 잠시 기대어 보는 것도 방법이겠다 생각이 된다. 이자가 부담된다면 쉬는 동안 부업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복직 후 부업으로 더 큰 돈을 만들면 된다. 이 세상에는 부업 소득이 월급보다 많은 사람들이 많고도 많다는 걸 알고 있나? 난 여태 모르고 살아왔다. ㅋㅋ
휴직을 하면 뭐든 열심히 해보았으면 좋겠다. 노는 것도 잠 자는 것도 영화보는 것도 모두 열심히. 무의미하게 흘려보낸 시간만큼 아쉬운 건 없다. 난 열심히 '일'이 아닌 것에 집중해보려 한다. 아이들 얼굴도 유심히 보고 그들의 질문에 건성으로 답하지 않을 작정이다. 와이프와 산책도 매일 다닐 생각이며 부모님껜 일주일에 한 번은 안부를 물어볼 생각이다. 마지막을 만난 게 언제인지 모를 친구들과도 술 한 잔 기울여 볼 생각이다. 입사 후 가보지 못했던 지리산도 다시 가서 잘있었냐고 물어보고 싶다. 올레길도 걸어볼 생각이다. 일주일 넘게 제주의 바다를 지겹도록 바라볼 생각이다. 짓고 있는 집도 마무리 할 생각이다. 막상 쉬어보니 했어야 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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